삼성전자 ‘MSC’의 비애
이건희 회장 SW 강조한 뒤 KT·NHN 등서 인력 영입
상무 1명만 승진 ‘물 먹어’…“쓸모 다해 팽당해” 자조
애플 제치자 외부서 골라…“국내 출발 한계” 지적도
이건희 회장 SW 강조한 뒤 KT·NHN 등서 인력 영입
상무 1명만 승진 ‘물 먹어’…“쓸모 다해 팽당해” 자조
애플 제치자 외부서 골라…“국내 출발 한계” 지적도
삼성전자에는 다른 회사엔 없는 ‘에스(S)’ 직군이란 게 있다. 에스는 소프트웨어에서 따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월 선진제품비교전시회에 참석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신설됐다.
최근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도 삼성전자는 회장 지시에 따라 소프트웨어에 방점을 뒀다.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을 강화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에 제2의 미디어솔루션센터(MSCA)를 설립하기로 했다. 사장단·임원 인사에서도 스마트폰을 만드는 무선사업부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대거 승진했다.
반면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이면서도 미디어솔루션센터(MSC)에선 승진 인사가 거의 없었다. 엠에스시는 삼성의 독자적인 모바일 운영체제인 ‘바다’와 어플리케이션 장터인 ‘삼성앱스’를 만든 곳이다. 2009년말 이후 대규모 외부인력 스카웃을 진행해 소프트웨어 인력의 ‘블랙홀’로 불리기도 했다.
■ 상무 한명만 승진 이번 인사 때 무선사업부에선 전무 3명이 부사장으로 올라서는 등 임원급 이상만 34명이나 승진했다.
반면 엠에스시에선 상무 승진자 1명밖에 없었다. 기대를 모았던 이호수 엠에스시센터장(부사장)의 사장 승진도 무산됐다. 이철환 무선개발실장은 개발 담당으론 처음으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것과 대조적이다. 둘 모두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이에 엠에스시 내부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한 고참 직원은 “내부적으로 이번 인사 결과에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무엇보다 무선사업부 개발실과의 관계가 사내 하청처럼 돼버리게 생긴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다른 직원은 “지난해엔 전무 승진자 한 명과 상무 승진자 2명이 나왔는데 올해는 딸랑 상무 승진자 한 명이 뭐냐”며 “쓸모가 다돼 버려지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엠에스시가 국내외 업체 출신의 외부인력들로 구성된 ‘외인구단’이라는 점에서 소외감은 더욱 크다.
엠에스시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에 고전하던 시절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조직이다.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투자를 게을리해 애플의 아이폰과 앱스토어에 밀린다는 분석과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해 케이티(KT)·엔에이치엔(NHN) 등의 우수 소프트웨어 인력들을 대거 영입해 엠에스시에 배치했다. 현재 인력은 1000여명에 이른다. 이호수 엠에스시센터장은 지난달 바다와 삼성앱스 개발을 주도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다.
■ 갤럭시 뜨니 MSC 효용 떨어져…미국MSC는 왜? 업계에서도 엠에스시가 이번 인사에서 소외된 것을 두고 갤럭시가 아이폰을 앞서자 효용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갤럭시폰이 1억대 이상 팔려나가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서자, 앱스토어로 몰리던 앱 개발자들이 삼성 쪽으로 줄을 서고 있다”며 “직접 개발할 필요 없이 줄 선 것 가운데 골라 올리면 되게 됐다”고 말했다. 엠에스시는 출발부터 한계를 가진 조직이란 지적도 나온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텔레비전 시장은 세계인데 앱과 부가서비스를 국내에서 만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급하게 애플과 상대하며 만들다 보니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조직개편에서 외국 인력을 대거 영입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제2의 엠에스시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대해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은 “무선사업부는 2만명 조직에 매출 4조원을 내는 거대 조직이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엠에스시보다 승진자가 많은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 팀 관계자는 “엠에스시는 아직 세팅단계라고 보면 된다”며 “외부에서 앱이 들어온다고 내부에 없어도 되는 게 아니다. 삼성이 필요로 하는 전략을 짜고 서비스를 기획하는 건 내부 조직이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 갤럭시 뜨니 MSC 효용 떨어져…미국MSC는 왜? 업계에서도 엠에스시가 이번 인사에서 소외된 것을 두고 갤럭시가 아이폰을 앞서자 효용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갤럭시폰이 1억대 이상 팔려나가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서자, 앱스토어로 몰리던 앱 개발자들이 삼성 쪽으로 줄을 서고 있다”며 “직접 개발할 필요 없이 줄 선 것 가운데 골라 올리면 되게 됐다”고 말했다. 엠에스시는 출발부터 한계를 가진 조직이란 지적도 나온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텔레비전 시장은 세계인데 앱과 부가서비스를 국내에서 만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급하게 애플과 상대하며 만들다 보니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조직개편에서 외국 인력을 대거 영입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제2의 엠에스시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대해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은 “무선사업부는 2만명 조직에 매출 4조원을 내는 거대 조직이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엠에스시보다 승진자가 많은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 팀 관계자는 “엠에스시는 아직 세팅단계라고 보면 된다”며 “외부에서 앱이 들어온다고 내부에 없어도 되는 게 아니다. 삼성이 필요로 하는 전략을 짜고 서비스를 기획하는 건 내부 조직이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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