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위장계열사 문제 국정과제로 다룰 필요”

중소기업중앙회 역대회장 간담회
“재벌 갈수록 무차별 사업확장
일감 몰아주기로 중기 위협”

“정부가 창업 활성화 쪽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대기업의 위장 계열사 등 때문에 젊은이들이 막상 창업을 하려고 해도 들어갈 부분이 별로 없다. 위장 계열사 문제를 국정 과제로 다룰 필요가 있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경영대)는 27일 중소기업중앙회가 한국중소기업학회 역대 회장단 7명을 초청해 연 ‘중소기업정책 진단과 향후 전망’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평생 중소기업을 연구해온 학자들은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자금과 인력, 대기업과의 거래 등에서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차기 중소기업학회장인 임채운 서강대 교수(경영대)는 “상생협력, 동반성장 등 말들은 많지만 현실은 불공정 관행이 아직도 난무해 관련 정책이 공전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재벌들이 2·3·4세대로 넘어갈수록 무차별적인 사업 확장과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해 중소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장 적극적인 칠레의 경우 경쟁력 있는 산업은 잘되는데 나머지 산업은 상당히 피폐해지고 있다고 현지 기업인한테 들었다”며 “자유무역협정 확대가 중소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하고 이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관희 고려대 교수(경영대)는 “조달 관련 공무원들의 공정한 집행이 중요하다”며 “기존 업체들과의 유착이 심해서 중소기업들이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기존 업체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가 없어 기술 개발해 놓고도 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중소기업이 일자리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 육성을 국가적 의제로 설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정화 교수는 “한국형 자본주의의 위기 관점에서 중소기업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며 “중소기업 발전은 중산층 형성의 핵심이며,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인 점을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보 건국대 교수(경영대)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일본이 잇따라 중소기업지원법을 통과시켜 중소기업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며 “이런 세계적 흐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관희 교수는 “국내 시장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새로운 기구 설립 등을 통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대·중소기업 상생도 일회적 행사가 아니라 체계화·다변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경제학)는 “상생협력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며 “‘포스코 상생’, ‘삼성 상생’, ‘현대차 상생’ 등처럼 상생도 다양한 모델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수근 서울대 교수(경영대)는 “동반성장위 활동이 특정인의 리더십만으로 좌지우지되기보다는 미션과 철학을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