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올 임원인사때 승진·전보 눈에 띄어
딸들에게 사업 넘기면서 사위도 역할 확대
일부는 경영 일선에…후계구도 관련해 주목
보유한 회사 지분은 거의 없고 자리만 맡아
딸들에게 사업 넘기면서 사위도 역할 확대
일부는 경영 일선에…후계구도 관련해 주목
보유한 회사 지분은 거의 없고 자리만 맡아
순댓국을 한 술 맛있게 뜨고선 “집에서는 냄새나서 아내가 못 먹게 한다”며 웃었다고 한다. 이런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을, 직원들은 “소탈하다”고 표현했다. 아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큰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임 부사장은 올해 인사에서, 이 회장 일가 중 유일하게 승진했다. 처제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을 비롯해 이 회장의 자녀들은 지난해 모두 승진했다. 임 부사장은 입사 10년, 결혼 7년 만인 2005년 상무로 승진하면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아내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의 경력 많은 셰프들도 확 휘어잡는 여장부” 스타일인데다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이자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까지 맡아, 특히 ‘잘나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부사장의 손아랫동서 김재열 사장은 이번 인사 때 제일모직에서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이동했다.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 사장은 전무 1년 만에 부사장, 그 뒤 3개월 만에 사장에 올랐다. 김 사장의 전보는 후계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실적이 탄탄하고 화공플랜트 등 화학관련 매출이 70%가 넘는다. 김 사장은 지난 8년간 제일모직에서 전자재료와 캐미컬 등 전략사업을 맡아왔다. 제일모직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를 가진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향후 삼성그룹이 3분할 승계될 때 제일모직은 이서현 부사장 쪽으로 정리될 거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서현 부사장은 전공이 패션인 만큼 화학 분야를 사위가 책임질 필요가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이 맡게 될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자리도 새로 만들어졌다. “김 사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해외사업에서 잘 활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삼성 쪽에서 설명하고, 재계에선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점인 영업을 배우라는 의미”라고 풀이한다.
재벌 기업 사위들의 ‘경영수업’과 경영참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대거 승진한 3~4세의 인사요인이 줄어든 터에 사위들의 승진·전보 인사가 올해 주요 재벌그룹 인사의 한 특성이다. 신세계그룹도 최근 이명희 회장의 사위이자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이마트 중국본부 부사장이 해외사업총괄 수장으로 임명됐다. 29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장남인 현승담 동양시멘트 부장은 상무보로 승진했다. 고 이양구 창업회장의 사위의 아들까지 경영에 나서게 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두 사위가 맹활약중이다. 정몽구 회장의 첫째 사위는 의사로 대전선병원 이사장이라 후계와 거리가 있다. 이미 능력있는 최고경영자(CEO)로 정평이 난 이는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사장이다. 정 사장은 19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로 입사해, 2003년 현대카드·캐피탈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업계 2위까지 올려놨다.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정몽구 회장의 막내 사위다. 1995년 현대정공에 입사한 신 사장은 2001년 이사에서 시작해 줄곧 현대하이스코에만 몸담으면서 2005년 사장이 됐다.
현재대로라면 향후 정의선 부회장이 자동차, 정태영 사장이 금융, 신성재 사장이 철강을 맡는 그림이 그려진다. 반면 재계에선 이런 후계구도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막내인 정의선 부회장이 금융 쪽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이 2008년 신흥증권을 인수해 만든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이나 최근 인수한 녹십자생명 등에 정태영 사장은 간여하지 않고 있다.
에스케이(SK)그룹은 고 최종건 창업회장의 둘째 사위가 박장석 에스케이씨(SKC) 사장이고, 에스케이씨앤씨(SK C&C) 정재현 부사장은 고 최종건 창업회장의 여동생인 최종분씨의 막내 사위다. 이들은 후계구도와 별 관계가 없다는 평가다. 엘지그룹은 딸과 사위를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의식의 변화에 따라 재벌가에서 딸에게 사업을 넘기고, 사위도 경영에 참여시켜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사위가 회사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부진 사장은 에버랜드(8.4%), 삼성석유화학(33.2%), 삼성에스디에스(4.2%), 삼성자산운용(5.1%), 이서현 부사장은 에버랜드(8.4%), 삼성에스디에스(4.2%), 삼성자산운용(2.6%)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임우재 부사장이나 김재열 사장은 지분이 없다. 신성재 사장은 현대하이스코 지분 0.08%를 갖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고, 정태영 사장은 현대커머셜 지분 일부만을 갖고 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삼성그룹처럼 재산은 딸에게 주고 자리는 사위한테 주는 형태가 많다”며 “과거에는 나눠줄 몫이 크지 않았지만 계열사가 수십개일 정도로 재벌그룹의 덩치가 커지면서 분할이 가능해진 것도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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