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근로자 추이
올 72곳 3576명 채용했지만
90%가 계약기간 6개월 이내
“정부 ‘유연근로제’ 재검토를”
90%가 계약기간 6개월 이내
“정부 ‘유연근로제’ 재검토를”
공공기관인 ㄱ사는 지난해 정부 지침에 따라 100여명의 하루 8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 근로’(시간제 근무)자를 뽑았다. 이 가운데 10% 남짓이 정규직(상용형) 시간제 근무자였고 나머지는 모두 계약기간 6개월 이내의 비정규직이었다. ㄱ사 인사 담당자는 29일 “단시간 근로자 채용 실적이 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시간 근로자를 뽑지만, 정규직은 어렵고 비정규직 위주로 채용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가정과 일의 병행 및 신규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도입한 공공기관 단시간 근로제가 비정규직 양산만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시간 근로제는 재택·원격·탄력 근무제 등과 함께 대표적인 유연근로제의 하나다. 신규 채용인원의 10% 이상을 단시간 근로자로 채용하도록 하는 게 핵심인데, 정부는 이 제도를 내년에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10월 공공기관 72곳에서 단시간 근로자 3576명을 채용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가운데 일부는 정규직에서 전환했다. 11~12월 수치를 더하면, 단시간 근로자는 전년도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제도를 처음 시행한 2010년에는 22곳 기관에서 단시간 근로자 3356명을 채용했다.
단시간 근로제의 선진 모델국인 네덜란드에선 전체 고용의 36.7%가 단시간 근로이지만 거의 모두 정규직이다. 또한 영국에선 공공부문의 단시간 근로는 정규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민간뿐 아니라 공공부문에서조차 단시간 근로자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공공기관인 ㄴ사도 올해 100여명의 단시간 근로자를 뽑았다. 이 가운데 5~6명을 빼곤 모두 비정규직이다. ㄴ사 인사 담당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들도 거의 다 비정규직으로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했다”며 “계약기간이 6개월 이내여서 중간에 실적을 맞추고 나면 모두 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정확한 수치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해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구분을 안 했다”며 “비정규직이 많은 것으로 알고는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들은 단시간 근로제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무엇보다 하루 4시간 안팎 일하는 근로자에게 안성맞춤인 직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ㄷ사 인사 담당자도 “단시간 근로에 적합한 단순 업무는 대부분 이 정부 들어서 외주화(아웃소싱)한 탓에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별도로 이들을 대상으로 인사관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도 크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은 “반일제 근무자에게 기존 정규직과 같은 직무를 줄 수 없다 보니, 단순 직무를 만들어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 사실상 비정규직 양산을 부채질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지적을 의식해 내년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정규직 시간제 근무자 채용 및 전환만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처음부터 우려했던 일”이라며 “파트타임을 임시직으로 쓰는 우리나라의 관행을 고치려는 대책을 먼저 세우지 않는다면, 시간제 근로제를 늘리라는 정부의 주문이 비정규직만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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