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목표 세우고 이루는 과정…재테크와 달라
단기 수익률 연연않고 자녀교육 등 대비할 수 있어
단기 수익률 연연않고 자녀교육 등 대비할 수 있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살고 있는 김성훈(가명·34)씨가 재무설계를 시작한 것은 2007년의 일이다. 계획적인 저축과 소비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내 집 마련, 자녀교육, 노후대비 자금 확보 등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씨 부부는 재무설계를 하면서 주택 마련과 자녀교육자금, 은퇴 뒤 노후자금 마련 등 세가지를 목표로 삼았다. 2013년까지 주택자금 4억1000만원을 마련하고, 2016년까지 자녀교육비 6200만원, 2030년까지 은퇴 뒤 생활자금 1억4600만원을 모은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먼저 불요불급한 지출부터 없앴다. 부부가 합쳐 478만원 정도인 월급에서 생활비를 뺀 돈은 보험, 저축, 투자자금으로 모조리 활용했다. 적금통장과 예금통장에만 쌓아두던 돈을 목적에 맞게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정기예적금, 주식형 펀드, 보험 등에 분산투자했다. 투자 금액은 해마다 수입과 지출 변동사항을 고려해 조금씩 조정했다.
그 결과 4년이 지난 현재 순자산은 3억6165만원으로 재무설계를 시작할 때(1억8830만원)보다 두배가량 늘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통해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지도 않았고, 그사이 아이가 태어나 돈 쓸 일이 많아졌는데도 가능한 일이었다.
재무설계 전문 컨설팅회사인 ‘정재무설계’의 배성호 팀장은 “늘어난 자산에 주목하지 말고 이들이 자신들의 인생 목표에 얼마나 다가갔는지를 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김씨 부부는 2013년까지 계획한 주택 마련 자금의 67%를 이미 확보했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계획했던 시간 안에 교육자금과 생활자금을 각각 100%, 84%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재무설계는 재테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재무설계를 통해 짧은 시간에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 재무설계는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계획성 있게 달성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재무설계의 핵심은 인생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는 데 있다. 무엇을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지 목표가 생기면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시기별·목적별로 저축이나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포도재무설계’의 김영훈 팀장은 “목표가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무설계를 하기가 한층 수월하다”며 “소득수준이 높고 돈이 많더라도 목적의식이 없는 사람은 어려움에 처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아무개(51)씨는 연봉으로 1억원을 넘게 받으면서도 허덕이고 있다. 시가 5억원 상당의 보유 아파트를 처분해야 할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총부채비율이 총자산 대비 60%를 넘어선 데 따른 여파다. 은퇴 뒤를 대비해 들어놓은 연금보험도 약관대출을 받은 터라 실질적인 은퇴자산도 없는 상태다. 수년 전부터 가계지출이 수입을 초과했지만 높은 소득수준만 믿고 별다른 계획 없이 대출만 늘려오다 낭패를 당한 경우다.
배성호 팀장은 “삶의 목표를 세우고 계획성 있게 재무설계를 해나가면 지금 당장의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고, 행복의 크기가 돈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새해 초 수많은 계획에 앞서 삶의 목표를 정하고 재무설계를 하는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배성호 팀장은 “삶의 목표를 세우고 계획성 있게 재무설계를 해나가면 지금 당장의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고, 행복의 크기가 돈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새해 초 수많은 계획에 앞서 삶의 목표를 정하고 재무설계를 하는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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