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하도급법 무용지물’ 우려 현실로

등록 2012-01-08 21:01

시행 6개월간 신고는 1건뿐
납품단가 연동제 등 빠지고
‘거래 중단’ 보호장치도 없어
대기업이 협상 ‘절대우위’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현실화와 기술 탈취 등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지난해 시행된 하도급법 개정조항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애초 중소기업이 요구했던 납품단가 연동제나 가격조정 협상권 등 알맹이가 빠진데다 대기업의 부당행위를 막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기술탈취 분야에만 국한돼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 중단을 우려하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어 신고 자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기술을 유용할 때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징벌적 손해배상제)을 물리고, 원재료 가격 급등 시 협동조합이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7월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지난 6개월 동안 기술 유용 관련 중소기업의 신고가 전무했고,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 행사는 한 건뿐이었다.

중소기업들은 애초 원자재값 상승을 자동적으로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주장했다. 대기업과의 협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데다 원자재값이 오를 때마다 협상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납품가격 연동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협동조합에 납품가격 조정 협상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거부됐고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6개월 동안 신청권을 행사한 곳은 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이 유일하다. 이 조합은 지난해 8월 원재료 값이 25%나 급등해 원가 이하로 납품을 하게 된 경기도 ㄷ사의 요청으로 해당 대기업에 조정 신청을 냈다. 이 협동조합의 김진무 전무는 “중소기업은 한달 한달 자금 돌리는 것도 벅찬데 대기업 쪽은 법상 허용된 4개월의 조정기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대응을 제때 안 해줘 애를 태웠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납품계약 갱신을 안 해줄 우려 때문에 제대로 된 협상을 못하는 만큼 조합에 협상권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부당한 횡포를 막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등이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기술탈취뿐 아니라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일방적인 계약 취소나 변경 등 다양한 분야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쟁 과정에서 피해를 보게 될 중소기업 보호장치의 미흡도 주요한 원인이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거래 대기업이 기술자료를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대부분 자료를 제공해준다”며 “그러나 대기업의 기술유용 시 중소기업이 공정위에 신고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려면 해당 대기업과 거래관계 중단을 각오해야 해 굉장히 조심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물리는 과징금이 국고로 들어가는데다, 정부의 소송지원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영업비밀, 특허, 계약 등에 관해 전문가 상담을 받도록 해주고 기술 유출의 경우 소송 비용까지 지원해주도록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