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도 케이파워텍 대표(법정관리인)
인터뷰/김상도 케이파워텍 대표
10년간 기업 3곳 회생시켜
접대 없애고 직원 복지 주력
회식땐 한우 먹여 사기 높여
교육·투명경영으로 신뢰쌓아
10년간 기업 3곳 회생시켜
접대 없애고 직원 복지 주력
회식땐 한우 먹여 사기 높여
교육·투명경영으로 신뢰쌓아
김상도 케이파워텍 대표(법정관리인)는 ‘기업 재기 전문가’로 불린다. 경영 어려움에 빠진 회사나 법정관리 회사를 맡아 회생시키는 데 남다른 특기를 갖고 있어서다. 최근 10년간 중소·중견업체 3곳을 회생시켰고, 현재 맡고 있는 회사도 법정관리업체다.
김 대표가 말하는 기업 재기 비결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직원과의 소통으로 기를 살리고, 투명경영으로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소통경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텔레비전 전원공급장치 제조회사인 파워넷이다. 2005년 그가 부임했을 때 이 회사는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거래처의 신뢰 하락, 구조조정 및 급여 미지급으로 인한 잔류 임직원의 사기 저하, 채권자의 가압류, 원자재 구매자금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 등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김 대표는 “한겨울인데도 얇은 작업복 차림에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고 야식비도 제대로 지급이 안 돼 직원들은 마치 패잔병 같았다”고 말했다.
그가 회사에 남아 있는 현금잔고 2000만원으로 맨 먼저 한 게 직원들의 사기 진작이었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사람이란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식 때는 한우고기를 먹게 했고, 개발실에는 침대도 배치하고, 밤샘 작업을 한 직원들은 사우나에 가게 했다. 그는 “그 전에 거래처 사람들의 2차 접대로 하룻밤 새 몇백만원을 쓰던 것을 못하게 하고 그 돈으로 직원들 복지에 신경을 썼다”며 “그랬더니 직원들이 신바람이 나서 일을 했다”고 말했다.
파워넷이 회생의 전기를 마련한 것도 바로 이런 직원들의 신바람에서 나왔다. 김 대표는 한국전기초자 서두칠 사장이 쓴 책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를 전 사원에게 읽도록 했는데, 직원들은 그 독후감으로 ‘우리도 하면 된다’는 제목의 독후감 모음집을 만들었다. 직원들은 이것을 거래처에 돌리며 자신들을 믿고 일을 맡겨줄 것을 부탁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법정관리업체에는 일을 맡기지 않는 삼성전자가 선뜻 이 회사에 납품 물량을 줬다. 파워넷은 이후 4년 동안 매출액이 4배 이상 늘었고, 영업손익은 흑자전환해 2010년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여기에는 김 대표가 직원들의 교육에 투자해 이들의 실력을 키운 것도 한몫했다. 직원들이 각종 원가절감 아이디어들을 내놨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중시하는 또다른 요소는 투명경영이다. 중소기업이 기발한 아이템으로 성공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는 최고경영자가 자금이나 인사 측면에서 불투명하게 경영함으로써 직원들의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중소·중견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비자금을 마련하거나 몇십억원씩 빼내가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게 하면 내부 직원들이 알게 되고, 그 직원들도 사장을 닮아간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이런 경영철학은 ‘대우맨’으로서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 대우그룹이 무너질 때까지 무역부문에서 23년간 일했던 그는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모토가 ‘창조와 도전’인데 이것이 ‘어려운 곳을 찾아가 이를 일으키겠다’는 나의 신념의 근간이 됐다”며 “당시 경영자와 직원 간의 소통과 투명경영을 한계로 느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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