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70만명 ‘전체 9.7%’
사회보험 없는 등 처우열악
정부는 장려 ‘거꾸로 정책’
사회보험 없는 등 처우열악
정부는 장려 ‘거꾸로 정책’
하루 8시간 미만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가 지난 10년 새 2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에 견준 임금 수준도 크게 하락하는 등 시간제 근로의 질 또한 크게 후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2001년 87만명이던 시간제 근로자가 지난해 170만명으로 갑절이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시간제 근로자가 빠르게 늘면서 전체 근로자 가운데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도 2001년 6.6%에서 지난해 9.7%로 늘어났다. 시간제 근로자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3년 동안에만 40만명이나 증가했다.
시간제 근로란 근로형태와는 무관하게 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주당 36시간)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시간제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2001년에 정규직의 80%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엔 51%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시간제의 임금 상승률이 정규직을 계속 밑돌면서 10년 새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시간제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2001년 평균 6497원에서 지난해 7578원으로 약 17% 인상에 그쳤다. 그 사이 물가 상승률이 36%나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되레 많이 줄어든 셈이다.
또 시간제 근로자 가운데 지난해 시급 기준 최저임금(4320원) 미만은 전체의 30%나 됐다. 노조 조직률은 0.3%에 불과했으며,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률도 11~13%로 극히 저조한 수준이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나쁜 일자리라고밖에 볼 수 없는 시간제 근로의 확대가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확대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성 인력의 활용, 일과 삶의 양립,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의 명분 아래 시간제 일자리를 장려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반듯한 시간제 근로를 비롯해 다양한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10월 공공기관에 3576명의 단시간 근로자를 채용하는 등 시간제 근로 확산에 앞장서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올해 업무보고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증가했으나, 고용의 질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시간제 근로자 가운데 상용직은 3%에 그쳤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시간제 근로자들 대부분이 임시직이어서 상용직에 준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 2011년 12월30일치 8면) 김성희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시간제를 육성하려면 최소한 상용직 절반의 임금과 복지를 보장해줘야 하는데, 현실에선 이런 비례보호 원칙조차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가 늘었다고 하지만, 시간제 근로자 가운데 자발적으로 선택한 경우는 지난해 44.7%에 불과하다. 2006년 첫 조사 때의 47.1%보다 낮은 상태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간제 근로자가 늘어나면 거기에 맞서 보호 조처를 강화하는 게 맞지, 정부가 시간제 근로를 늘리겠다는 정책 방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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