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전자 “생산할 수 없는 수준의 품질” 혹평
유통업체 “품질 자신”…온라인 쇼핑몰도 판매
유통업체 “품질 자신”…온라인 쇼핑몰도 판매
대형마트와 텔레비전 제조업체들이 50만원 이하짜리 보급형 엘시디(LCD) 텔레비전 시장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엘지(LG)전자 쪽이 대형마트들이 팔고 있는 보급형 텔레비전을 혹평한 게 발단이 됐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기자간담회에서 “(대형 마트들이 팔고 있는 저가형 텔레비전은) 엘지전자 기준으로는 생산할 수 없는 수준의 품질”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엘지전자는 앞으로 따로 보급형 텔레비전을 내놓을 뜻도 내비쳤다. 엘지전자는 지난해 10월 이마트가 일명 ‘반값 텔레비전’을 처음 내놨을 때도 “질이 떨어진다. 사면 후회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저가형 엘시디 텔레비전을 판매중인 대형마트들이 발끈했다. 롯데마트는 12일 “엘시디 텔레비전 출시 전에 성능과 품질 테스트를 해봤는데, 엘지전자 제품에 견줘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며 “대형마트들이 저가형 텔레비전 판매에 앞다퉈 나서면서 시장을 잠식하자 경계하는 것 아니냐”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마트 관계자도 이날 “품질에는 자신이 있다”고 반박했다.
대형마트가 이른바 ‘기획상품’으로 내놓는 50만원 이하짜리 보급형 텔레비전은 판매량이 몇백대에서 1만대 수준이어서 아직은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등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마트가 49만9000원짜리 32인치 엘시디(광원으로 엘이디 사용) 텔레비전을 사흘만에 완판한 이후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까지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49만9000원짜리 32인치 엘시디 텔레비전을 지난해 말 내놔 완판한데 이어 2월에도 추가로 3000대를 판매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11월 32인치 엘시디 텔레비전을 45만5000원에 팔았고, 2월에 추가로 5000대를 더 공급할 예정이다.
온라인 쇼핑몰 중에서는 11번가와 지에스(GS)샵, 옥션이 32인치 엘시디 텔레비전을 현재 판매하고 있거나 앞으로 추가 판매할 예정이다. 11번가는 최근 32인치 엘시디 텔레비전 가격을 44만9000원까지 낮춰, 22시간만에 2000대를 모두 판매하기도 했다.
유통업체들은 40인치 이상 대형 엘시디 텔레비전도 저가형 모델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작은 크기의 모델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 모델로 발을 넓히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는 “저가형 텔레비전 시장에 우리도 뛰어들 계획”이라며 “크기는 40인치 이상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저가형 텔레비전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 더 큰 사이즈 텔레비전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체와 맞붙게 된다. 게다가 대형마트들은 장기적으로 가전 유통 쪽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하이마트 인수에 나설 채비까지 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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