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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엘지 가격담합 446억 과징금 ‘부과하나마나’

등록 2012-01-12 20:37

세탁기·TV 등 판매단가 입맞춰…“소비자 피해”
`자진신고 감면제’ 악용해 과징금 감면 혜택받아
개정법 적용안돼 엘지는 전액·삼성은 절반 면제
2008년 말,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의 10㎏ 용량 전자동 세탁기 최저가 모델 3종이 유통시장에서 한꺼번에 자취를 감췄다. 당시 이 제품의 판매가격은 20만원 후반대. ‘값싼 제품은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여긴 두 회사 관계자들이 그해 10월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만나 ‘단종’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시기 10㎏ 용량 드럼 세탁기 가격은 50만원대에서 60만원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삼성이 유통업체에 주던 에누리(할인율)를 5% 줄였고, 엘지는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면서 공장 출하가를 2만~6만원씩 인상시켜서다. 역시 두 회사가 입을 맞춘 결과였다.

이 뿐이 아니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삼성과 엘지는 2008년7월~2009년9월 세탁기, 텔레비전, 노트북 등의 소비자판매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인상하기로 짬짜미(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탁기, 엘시디(LCD)와 같은 평판 텔레비전 시장에선 두 회사가 90% 이상의 시장을 나눠먹고 있었던 탓에, 가격 짬짜미는 더 손쉽게 이뤄졌다. 가격을 떠받치는 방법도 간단했다. 하이마트, 전자랜드 같은 양판점, 할인점, 백화점에 제공하는 장려금이나 상품권, 에누리를 대폭 낮춘 것이다.

신제품이 출시되는 중요한 순간에, ‘적’이 갑자기 ‘동지’로 돌변하기도 했다. 삼성과 엘지는 2008년 센트리노2 칩이 탑재된 노트북을 나란히 출시했다. 그런데 당시는 세계 금융위기로 환율이 크게 올라 노트북 제조업체들의 적자폭이 커진 상황이었다. 이에 두 회사 영업담당자들은 제품 출시를 앞두고 수시로 커피숍 등에서 머리를 맞댔다. 출시가격을 적당히 맞춰서 가격 출혈경쟁을 막자는 취지였다. 같은 해 두 차례에 걸쳐 140여종의 노트북 가격을 2만9000원~20만원씩 올리기로 합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양대 회사가 판촉경쟁을 통해 가격을 떨어뜨렸다가, 둘이 짜고서 다시 가격을 올려 소비자한테 피해를 떠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공정위는 두 회사의 소비자가격 짬짜미 행위를 적발해 삼성전자에 258억원, 엘지전자에 188억원 등 총 4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신동권 카르텔조사국장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세탁기, 텔레비전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전자제품의 가격을 담합했다는 게 문제”라며 “이번 제재로 인해 전자제품 판매시장에서의 판촉 경쟁이 활발해지고 각 가정의 전자제품 구입비가 절감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재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제도의 적용을 받아, 1순위로 짬짜미 행위를 신고한 엘지는 전액, 삼성은 50% 과징금을 감면받게 된다. 삼성·엘지전자의 과징금 면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적발된 시스템 에어컨과 텔레비전 정부 조달계약 관련 사건에서도 두 회사는 조달 단가를 짬짜미한 것으로 드러나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엘지는 자진신고 1순위자로서 과징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고, 2순위자인 삼성은 절반만 냈다. 이런 제도적인 허점을 막기 위해, 공정위는 수차례 담합한 사업자가 자진신고할 땐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부터 시행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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