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경영발전위 개최에 연임 논의 위한 ‘신호탄’ 해석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가 ‘최대 변수’로 떠올라
‘제2 신한사태’ 우려도…김종열 사장은 갈등설 부인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가 ‘최대 변수’로 떠올라
‘제2 신한사태’ 우려도…김종열 사장은 갈등설 부인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돌연 사임의사를 밝힌 이후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사진)의 연임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제2의 신한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지난 12일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를 열고 외환은행 인수 등의 문제를 논의했다. 경발위는 사실상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구실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회추위 멤버는 김 회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꾸려진 경발위 위원 5명이 주축을 이룬다. 여기에 이사회 운영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 2명을 합쳐 모두 7명이 회추위 위원이다.
따라서 하나금융 안팎에선 이번 경발위가 김 회장의 연임 논의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있다. 다음달 초 하나금융 이사회와 3월 주총을 앞두고 연임 움직임이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2005년 하나금융 출범 당시 회장직을 맡은 뒤 2008년과 2011년 3월 연임해 3번째 임기를 거의 채웠다.
김 회장 연임의 최대 변수는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다. 하나금융의 한 임원은 “감독 당국이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 경우 김 회장은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2~3차례 대규모 인수합병을 주도한 사람이 김승유 회장과 김종열 사장인데, 김 사장이 물러난 상황에서 인수합병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김 회장 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발위에 참석한 사외이사들도 김 회장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간에 화학적 결합까지는 아니더라도 물리적 결합까지는 끝을 맺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인수에 실패하면 김 회장은 후폭풍에 휩싸이게 된다. 자연스레 김 회장 책임론이 나오면서 김종열 사장이 김 회장 자리를 이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회장 역시 외환은행 인수 실패 때 사의를 밝힌 김종열 사장이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승유 회장은 14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감독당국의 외압설과 회장-사장의 갈등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외환은행 인수 여부가 결정되면 최근의 사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연임에 연연하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명예롭게 물러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이 제2의 신한사태로 번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한사태는 1인자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3인자인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2인자인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을 몰아내려 하면서 불거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도 신한금융처럼 1인자가 2인자에게 ‘너에겐 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사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반대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이 감독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기 위해 김종열 사장에게 동반 사태를 제안했고, 김 사장이 조직을 위해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열 사장은 14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대의를 위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하나은행 안팎에선 윤병철 초대 하나은행장 얘기가 나돈다. 윤 전 행장은 두번의 임기를 끝낸 1997년 스스로 물러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승유 행장! 당신도 당신처럼 훌륭한 후계자를 키워서 은행장 직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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