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맥도날드의 경기도 남양주 덕소점에서 일하는 이상길씨가 17일 식자재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서비스업계 정년 늘리고 60살이상도 채용
경제자립 얻고 일하며 정신 건강도 좋아져
일자리 눈높이 낮추기 등은 넘어야할 고비
경제자립 얻고 일하며 정신 건강도 좋아져
일자리 눈높이 낮추기 등은 넘어야할 고비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중장년층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매장 현장 직원들을 주 대상으로 정년을 55살에서 60살로 연장했고, 롯데마트는 55살에서 60살 사이 직원을 새로 1000명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외식업체에서는 한국맥도날드 등이 연령 제한 없이 현장 직원들을 뽑고 있어, 은발의 노년층이 청소에서 서빙까지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어 감에 따라 정년퇴직 이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은데다, 서비스 업체에서도 이들을 노동인력으로 활용할 여지가 많음에 따라 빚어지는 현상이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중장년층 직원은 계속 일을 할 기회를 활용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고비 또한 많다고도 했다.
■ “첫 3개월이 고비” 맥도날드 경기도 남양주 덕소점에서 ‘메인터넌스’ 일을 하는 이상길(66)씨는 “일을 하고 첫 3개월 동안은 자기도 모르게 울컥울컥 화를 낼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구에서 역장으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뒤 2005년에 맥도날드에 입사했다. 메인터넌스란 식자재를 분류하고 관리하며 의자 같은 집기가 고장나면 고치고 물품 배송 확인을 하는 등의 일이다. 그는 “역장으로 근무했을 때 직원 20여명을 관리하는 간부였던 내가 젊은 사람들에게 지시를 받아야 해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둬야지 하고 여러번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처음 일거리를 찾게 된 계기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은 아니었다. “정년퇴직 뒤 집사람이 아파서 경기도로 왔는데 오자마자 1년도 채 안 넘기고 세상을 떠났어요. 마음을 다잡으려고 일거리를 찾다가 처음 발견한 것이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였지요.”
이씨는 보통 아침 8시에 나와서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퇴근하며, 지금은 무기계약직이다. 이씨는 “여가 시간 활용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 맥도날드 근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씨는 직원이나 손님이나 젊은이들이 많아서 스스로 젊어지는 것 같아서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나이 들어서 다시 직장생활을 하면 언짢은 소리도 듣게 되지요. 하지만 일단은 인내가 우선입니다. 결국 과거는 과거고 현실은 현실이니 받아들여야 하죠.”
■ “아직 고령자는 아닌 것 같은데”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목명자(54)씨는 원래는 내년에 정년퇴직을 해야 했다. 홈플러스는 최근 정년을 60살로 연장했지만 지난해까지 정년은 55살이었기 때문이다. “정년이 가까워지니 새 일자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봤어요. 쉰이 넘으면 고령으로 분류되어서 화가 나더군요. 아직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목씨는 2002년에 홈플러스에 입사했다. 하루 7시간 주 5일 근무이고 무기계약직이다. 결혼하기 전에 은행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계산 일은 자신이 있었다.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 뒤로 집안 경제 사정이 어려워진 것도 배경이었다. “제가 홈플러스 입사 당시에 40대였는데 그때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축이었다”며 “지금은 계산대 직원이 대부분 40대”라고 말했다.
목씨는 만약 정년퇴직을 하면 일거리를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식당에서 서빙 등을 하는 일자리를 우선 생각할 수 있지만, 고령자는 채용이 쉽지 않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윤택하다고 해도 일은 계속하고 싶어요. 나에게 능력이 있는 한은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고 싶기 때문이죠.”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홈플러스 영등포점 계산대에서 일하는 목명자씨가 17일 정년 연장 뒤의 일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목씨는 만약 정년퇴직을 하면 일거리를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식당에서 서빙 등을 하는 일자리를 우선 생각할 수 있지만, 고령자는 채용이 쉽지 않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윤택하다고 해도 일은 계속하고 싶어요. 나에게 능력이 있는 한은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고 싶기 때문이죠.”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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