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등 최고실적 올려도 낙수효과 없어
인건비는 100원벌어 45원 써…4년전엔 63원
“국민에게 파급안되는 재벌성장 앞날 어둡다”
인건비는 100원벌어 45원 써…4년전엔 63원
“국민에게 파급안되는 재벌성장 앞날 어둡다”
세계적인 전자업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164조7000억원, 영업이익 16조1500억원을 거뒀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 ‘160조-16조’ 클럽에 들어선 것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도 사상 최고치가 예상된다. 전년에 견줘 12.3% 많은 405만1905대의 차량을 팔았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재벌 대기업들은 “위기를 넘어 새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이를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이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에게 흘러넘친다는 ‘트리클다운 효과’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개혁연구소가 분석한 대기업의 투자고용계수(10억원 투자할 때 고용증대 효과)를 보면, 2001년 33.1에서 지속적으로 낮아져 2009년에는 19.6까지 내려왔다. 정보기술(IT) 산업이 발달하고 주요 공장 설비가 자동화하면서 투자가 늘어도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까닭이다. 재벌 대기업의 몸집은 공룡처럼 커지고 있지만 고용은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 정책이 수출 대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에 치우쳐 있는 점과 관련이 깊다. 정부는 수출이 살길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실제 대부분의 수출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없는 재벌 대기업들이다. 실제로 수출이 아무리 늘어도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제조업 기준으로 2010년 내수기업이 100원을 벌어 인건비로 64원을 쓴 반면, 수출기업은 45원밖에 안 썼다. 노동소득분배율의 차이가 현저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수출 제조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2006년까지만 해도 63%에 이르렀지만, 2008년 53%를 시작으로 급감하기 시작해, 2010년에는 45%까지 떨어졌다. 반면 내수제조기업은 2008년 66%, 2009년과 2010년에는 65%와 64%를 기록했다.
정부가 수출 대기업을 집중 지원하면서 재벌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있으며, 반대로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중소기업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전체적인 고용 상황은 악화되고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력 집중이 사회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도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재벌그룹의 성장이 국민경제로 제대로 파급되지 않으면서 재벌그룹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사이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재벌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며 “재벌그룹에 경제력이 집중돼 있는 상태에서 재벌 일가의 무능과 부패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국 경제의 앞날이 어둡다”고 말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재벌그룹으로 경제력이 집중되면 투자 증가, 고용 창출, 법인세 증가로 이어져 중소기업 등에 낙수(트리클다운)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법인세는 낮추고 고용 창출력은 떨어지고 있다”며 “납품 기업의 희생을 바탕으로 형성된 재벌 대기업의 경쟁력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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