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오른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벌세 신설 추진’ 등 경제력 집중 해소 방안을 밝히고 있다. 가운데는 김진표 원내대표, 왼쪽은 이용섭 정책위의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상위 10대 재벌·순자산 40%’땐 실효성 없어
“순환출자금지가 핵심” “새 기업집단법 필요”
“순환출자금지가 핵심” “새 기업집단법 필요”
지난 10년 동안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에 앞장섰던 여야가 총선·대선을 앞두고 출총제 되살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출총제가 폐지된 2009년 이후 재벌의 몸집 불리기가 본격화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산총액 5조원이 넘는 재벌그룹의 계열사는 2009년 1137곳에서 지난해 1554곳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출총제 부활만으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민주통합당의 출총제 방안은 상위 10대 재벌그룹에 한해, 출자총액을 순자산의 40%까지 인정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자산기준 10위 안에 드는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롯데·현대중공업·지에스(GS)·한진·한화·두산그룹이 해당된다. 이 가운데 에스케이·엘지·지에스 등 지주회사 전환 그룹은 빠져나가고, 삼성·현대차·롯데 등 4~5곳만 출총제 대상이 된다.
‘출자총액 제한 기준인 순자산 40%’는 효과를 더욱 줄인다. 민주통합당은 ‘규제 도입에 따른 충격 완화’를 위해서라지만, 해당 재벌 중 순자산의 40% 이상을 출자한 곳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07년 자료를 보면, 삼성그룹은 출자 규모가 순자산의 11%, 현대차그룹은 18%, 롯데그룹은 11%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그룹 230조원, 현대차그룹 148조원 등 자산총액이 커져 출자 비율은 더 낮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총제는 편법적인 부의 승계나 골목상권 침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출총제 부활의 상징적 효과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강철규 우석대 총장(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출총제가 100% 효과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중간 재벌그룹들로 하여금 순환출자를 조심하게 하는 효과가 있고, 재벌 개혁을 추진하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근본처방은 아니어도 응급조처라는 차원에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벌 개혁에는 좀더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다. 강철규 총장은 “순환출자금지법 반대 때문에 출총제가 대신 만들어졌던 것”이라며 “개혁의 핵심은 순환출자 금지를 어떻게 유도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총제,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법 개정 등이 따로 이뤄져서는 재벌 개혁이 무력화된다”며 “일종의 패키지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기업집단법’ 제정만이 답이라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김상조(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기업집단 관련 규정을 통합한 법을 새로 만들어 기업집단이 강점을 실현하게 하는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자”고 제안해 왔다.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도 “기업분할명령제·계열분리명령제가 포함된 기업집단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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