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수료율 낮은데도 가맹계약 꺼려”
김미자(48)씨는 최근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 합격한 딸의 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2월10일까지 내야 하는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학교 직원은 “카드 결제는 안 되고 계좌 입금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등록금 수백만원은 외벌이인 김씨가 한번에 내기에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김씨는 “몇천원짜리 물건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데, 왜 대학에서는 신용카드를 안 받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부가 가계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려고 도입한 대학등록금 신용카드 납부제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상당수 대학이 수수료 과다를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30일 신용카드 회사들의 대학별 가맹계약 현황을 보면, 전국 410여개 대학 가운데 올해 1학기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낼 수 있는 대학은 72곳으로 전체의 17.5%에 불과하다.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대학이 10곳 가운데 8곳이 넘는다. 지난해에 견줘 신용카드를 받는 대학이 14곳 늘어났지만, 등록금 카드 납부를 전면 확대하겠다던 애초 정부 목표가 무색할 지경이다.
국내에서 회원이 가장 많은 신한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대학은 서울대 등 7곳으로, 지난해보다 2곳이 줄었다. 롯데카드는 송곡대 1곳, 현대카드도 방송통신대 1곳만 결제가 가능하다. 또 삼성카드로는 성균관대 등 22곳, 비씨(BC)카드로는 연세대 등 34곳에서 결제할 수 있다. 케이비(KB)국민카드는 22곳, 하나에스케이(SK)카드는 8개 대학과 가맹 계약을 맺었다.
카드 납부는 등록금을 최장 12개월까지 나눠 낼 수 있어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반면 대학들은 현금 납부를 선호한다.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등록금을 카드로 받으면 수수료만 수십억원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 계약을 맺으려고 해도 대학 쪽에서 손해라는 생각으로 협상을 꺼린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대학에 제시하는 수수료율은 대형마트나 중소가맹점(1.6~1.8%)보다 낮은 1~1.5% 수준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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