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건전지 안경 비꼬아
지난해 매출 8%서 27%로
지난해 매출 8%서 27%로
“헤이! 소니와 삼성! 무겁고 건전지가 들어있는, 또 좌우 신호를 맞춰야 하는 안경이 소비자들한테 왜 필요한지 알려줘!”
엘지(LG)전자가 지난해 미국 일간지에 실은 3차원 텔레비전 광고(사진) 문구이다. 자사의 ‘시네마 3디(D)’ 텔레 비전의 차별성을 공격적으로 강조한 이 광고는 지난해 8월 말 <유에스에이(USA) 투데이>에 실렸다. 여기에는 ‘3차원 텔레비전 테스트에서 소비자 5명 중 4명이 소니·삼성 보다 엘지 제품을 선택했다’는 시장조사 결과도 함께 실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3디로 한판 붙자’의 미국판인 셈이다.
센 광고 문구의 효과였을까. 30일 시장조사기관 엔피디(NPD)의 집계를 보면, 엘지 3차원 텔레비전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7.9%에서 4분기 26.9%로 급등했다. 4분기 점유율 20.3%에 머문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4분기 45.7%로 여전히 점유율 1위다. 엘지의 선전으로 삼성전자·엘지전자 등 한국 브랜드와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브랜드의 3차원 텔레비전의 4분기 점유율은 각각 73%, 25%로 1분기 56%, 43%에서 격차가 확 벌어졌다. 전체 평판 텔레비전 시장에서도 한국산 점유율이 34%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일본 브랜드가 24%를 기록했다. 권희원 엘지전자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사장) 말대로, 엘지의 필름패턴편광(FRP) 방식이 삼성·소니 등의 셔터글라스(SG) 방식보다 큰 호응을 얻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지는 기세를 몰아 올해 세계 3차원 텔레비전 시장 점유율을 25% 이상으로 높여,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과속한 걸까. 소니와 삼성에 대한 공격적 문구가 담긴 지난해 <유에스에이 투데이> 광고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의 광고 자율심의기구인 전국광고부(NAD)가 지난 27일(현지시각) 이 광고 게재 중단을 권고했다. 삼성·소니가 심의를 신청한 데 따른 결과로, 특정 제품 모델 사이의 비교 결과를 전체 제품에 대한 것으로 일반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엘지전자는 “해당 광고는 2011년 모델 광고로 현재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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