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31일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 임금을 주도록 입법화하겠다”는 안을 내놓은 데 대해, 재계는 “비현실적인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어 “우리나라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어떤 게 동일가치 노동인지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근속연수·학력 등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현행 체계에서는 동일한 업무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수준을 비슷하게 맞추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54.8% 수준이라는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동일한 근속연수·학력 등을 고려해 비교하면 87.4%까지 높아진다”며 “비정규직한테 고용안정수당을 추가 지급하라는 것도 기업의 경영자율권을 훼손하는 조처”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비정규직 문제를 총선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접근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정규직을 과보호하는 경직된 노동시장이나 고임금 등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세계 금융위기와 같은 큰 충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만 들고나온 건 기업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도 “생산 현장의 다양한 실정을 무시한 채, 기업 규제에만 치중하는 노동 정책은 일자리 위축 등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입법화될 경우, 가장 큰 파장이 미치는 건 사내하도급 노동자 비중이 높은 자동차·조선·철강 업계다. 원청업체에 직접 고용되지 않은 사내하청 노동자라 하더라도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 왼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끼우는 식이면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만 하더라도 사내하청 노동자 8000여명이 있는데,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7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정규직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려면 기업들 입장에선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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