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수지 -19억달러 기록
선박·통신기기 수출 줄고
원유 수입액 오른 탓
세계경제 여건·내수 나빠
수출 증가율 계속 둔화
선박·통신기기 수출 줄고
원유 수입액 오른 탓
세계경제 여건·내수 나빠
수출 증가율 계속 둔화
무역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수출증가율은 27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지속과 선진국의 경기침체에 이어 신흥국마저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탓이다. 쉽게 풀릴 문제들이 아니어서 수출에 의지해온 한국 경제에 커다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월 무역수지가 2010년 1월 이후 처음으로 19억달러(통관실적 잠정치)의 적자를 보였다고 1일 밝혔다. 수출은 지난해 1월보다 6.6% 감소한 415억달러, 수입은 3.6% 증가한 434억달러를 기록했다. 지경부는 “계절적 요인과 선박 수출의 감소, 원유 도입액의 증가 등 복합적 요인”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을 빼곤 2008~2010년 1월에는 매번 적자를 기록한 ‘1월 효과’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연말에 ‘밀어내기 수출’을 하면서 1월 수출 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4~2007년 1월에는 계속 흑자를 기록해 계절 효과를 탓하긴 쉽지 않다.
지난해 1월 월간 최대치를 기록한 선박 수출이 약 46억달러 준 것도 큰 요인으로 꼽힌다. 선박 수출의 부진은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 실적이 35% 감소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뒤 지난해 11월(3억9천만달러) 이어 지난달(2억7천만달러) 또다시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인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이 40% 급감한 것도 수지를 악화시켰다. 국내업체의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커졌으나, 베트남 등 국외 생산이 확대되면서 수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모양새다. 수입에서는 원유 등 에너지 도입 물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으로 도입액은 9.6% 불어났다. 반도체 제조장비의 수입 증가율이 98.5% 폭증하는 등 자본재 수입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한진현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2월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무역수지도 흑자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은 5950억달러, 수입은 570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수출 증가율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20%대를 웃돌던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10월 10%대로 떨어지더니 지난달엔 27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6.6%)을 기록했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앞으로 계속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대외경제의 악화가 지속되면서 점차 내수 쪽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핵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로 기름값이 뛰는 것도 예상치 못했던 악재다.
수출의 73%를 차지하는 신흥국의 성장 둔화도 불안 요인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8%대로 떨어지면서, 대중국 수출의 증가율도 두자릿수에서 1월에 7.3%로 낮아졌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외 여건이 쉽게 좋아지지 않으면서 무역수지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의 다른 한 축인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애초 목표한 3.7% 성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에 2008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4분기 전년도보다 5.4% 감소하는 등 투자 또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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