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600만 소상공인 결의 신용카드 가맹점 해지운동’ 기자회견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신용카드 모형을 부러뜨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수입 적은데 수수료 인하대상 아니라니…
“수수료 인하 조처 소상공인 20~30%만 혜택”
삼성·현대·롯데 등 대기업 계열 카드 3곳 대상
‘1.5%대 인하’ 수용 않으면 15일부터 돌입 방침
“수수료 인하 조처 소상공인 20~30%만 혜택”
삼성·현대·롯데 등 대기업 계열 카드 3곳 대상
‘1.5%대 인하’ 수용 않으면 15일부터 돌입 방침
경기도 고양시에서 99㎡(30평) 크기의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김아무개(55)씨는 신용카드사들이 중소 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2억원까지로 한정한 것을 못마땅해한다. 카드사들은 올해 1월부터 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2~3%대에서 1.6~1.8% 수준으로 낮췄지만, 김씨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아 여전히 카드사별로 2~3%대의 수수료를 물고 있다.
김씨 가게의 월 매출은 4000만원(연 매출로는 4억8000만원)가량인데, 물품대금을 제외한 순수입은 600만원가량 된다. 여기에서 임대료(190만원), 전기세(80만원), 카드 수수료(48만원) 등 가게 운영비를 빼고 순수하게 집으로 가져가는 돈은 280만원 정도 된다. 카드 수수료는 전체 매출의 절반이 카드로 결제되고, 평균 수수료율을 2.4%로 잡아서 추정한 것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김씨는 “부부가 하루 18시간씩 일을 하며 한달에 번 돈이 280만원인데 이 돈이면 대도시에서는 적자 인생”이라며 “그런데도 내가 중소 가맹점이 아니라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갈수록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카드 수수료 부담이 크게 느껴지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2000원어치를 계산할 때도 카드를 내민다”며 “그러나 우리에겐 카드 거부 권리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슈퍼마켓조합연합회에 신용카드 가맹점 해지 위임장을 냈다.
소상공인들이 재벌 계열 신용카드사를 대상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해지 운동’에 나섰다. 정부와 카드사들이 지난해 잇따라 신용카드 수수료 대책을 내놨지만, 김씨처럼 많은 소상공인들이 실제 수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인하하지 않으면 15일부터 해지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가맹점 해지 대상은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대기업 계열 카드사 3곳이다. 연합회는 슈퍼마켓, 주유소, 제과, 자전거, 꽃집 등 각 소상인 단체들로부터 가맹점 계약 해지 위임장을 전달받은 뒤 이들 카드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수수료 1.5%선으로 인하 등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가맹점 해지 운동에 들어갈 방침이다.
연합회는 이들 세 곳을 대상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골목상권을 잠식해 소상공인을 힘들게 만든 장본인”이라며 “자기 계열사에만 수수료를 우대해 주는 차별적인 관행도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현대카드사는 현대자동차에 대해 수수료로 1.7%를 물리면서 소상공인에게는 평균 3%의 높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며 “소상공인 수수료 문제는 모른 체하고 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에 0.7%라는 저율의 수수료를 물리는 삼성카드 역시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롯데카드에 대해서도 “롯데마트에 1.7% 저율을 적용해 골목상권 장악을 도와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재 소상공인단체엽합회 사무총장은 “이들 3곳은 다른 카드사들에 비해 서민업종에 대한 수수료율이 가장 높다”며 “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처벌을 받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영업에 차질이 올 줄 알면서도 카드 가맹점 해지운동에 나선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올해부터 연 매출 2억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율을 1.8% 이하로 내려 전체 가맹점의 85% 정도가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해명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색내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최승재 사무총장은 “가맹점 수로는 85%일 수 있으나 카드 결제기만 설치하고 이용하지는 않는 재래시장 상인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이번 인하 조처의 수혜 대상은 전체 소상공인의 20~30%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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