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취임 첫해 성적표
옵티머스LTE 선전 힘입어
휴대폰 7분기만에 ‘흑자’
TV·에어컨도 불황속 선방
전체 영업익 2800억 달성
옵티머스LTE 선전 힘입어
휴대폰 7분기만에 ‘흑자’
TV·에어컨도 불황속 선방
전체 영업익 2800억 달성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엘지(LG)전자에 구본준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된 건 2010년 9월이다. 엘지전자 위기의 진원지는 애플 발 스마트폰 바람을 타지 못한 휴대전화 사업이었다. 구 부회장은 취임 직후 ‘독한 경영’을 기치로 내세우며, 휴대전화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의 출근시간을 평택 휴대전화 생산 공장 가동시간에 맞춰 오전 8시로 1시간 앞당기고,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빌딩에 있던 엠시본부 사무실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엠시연구소로 통합·이전했다. 당시 업계에선 “휴대전화 사업본부 직원들이 가산동 이전을 치욕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불량 휴대전화를 깨부수는 ‘불량품 척결대회’도 열었다.
1일 드디어 구 부회장의 독한 경영 첫 해 성적표가 나왔다. 일단 변화의 흐름은 탔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휴대전화 사업이 7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아이폰 바람에 맞선 반면, 엘지전자는 2010년 휴대전화 부문에서만 연간 65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헤맸다. 지난해에도 엘지의 휴대전화 부문은 3분기까지 3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회생의 가능성이 희미했다. 하지만 4분기 들어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이 생명줄 구실을 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옵티머스 엘티이폰을 내세워 4분기에만 휴대전화 부문에서 99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시장에선 올 1·2분기에나 엘지의 휴대전화 사업이 흑자로 돌아서리라고 예상해왔다.
엘지전자 옵티머스 엘티이는 지난 10월 중순 출시돼, 최근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었다. 그러나 엘지전자의 4분기 전체 휴대전화 판매량은 1770만대로, 2007년 1분기 이후 최악이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도 8810만대로, 4년만에 1억대 아래로 내려갔다. 이에따라 엠시사업본부의 연간 매출액이 11조6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원 넘게 줄었다. 엘지전자는 “양보다 질을 선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엘지전자 실적이 곤두박질쳤던 것은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는 일반 휴대전화(피처폰) 중심의 사업구조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엘지전자는 4분기에는 스마트폰을 550만대 팔았다. 한 증권분석가는 “엘지는 피처폰 사업을 더 많이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속 썩이던 스마트폰이 다소 살아나며, 엘지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231억원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을 냈다. 전 분기엔 319억원 적자였다. 4분기 매출액은 13조81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견줘 6% 감소했다. 엘지전자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59% 증가한 2800억원, 매출액은 3% 줄어든 54조2600억원을 기록했다.
효자 노릇은 텔레비전 등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가 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4200억여원으로, 휴대전화 부문 등의 손해를 메워줬다. 엘지의 평판 텔레비전은 지난 4분기 880만대로 사상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가전과 에어컨 부문도 불황 속에서 선방했다.
이 날 엘지전자는 올해 매출 목표로 지난해보다 6% 많은 57조6000억원을 제시했다. 연구개발비 투자 계획은 2조6000억원, 시설 투자는 1조6000억원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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