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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제독식 가능케한 ‘순환출자’…재벌개혁 핵심으로

등록 2012-02-02 18:59수정 2012-02-02 22:28

(클릭하면 확대)
순환출자 실태와 문제점
총수들 4~5%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 장악
20대 재벌기업중 절반이 순환출자 고리엮여
현대차 정몽구일가, 63개사 지배 발판으로
민주통합당이 총선 공약으로 검토중인 순환출자 금지가 시행되면 우리나라 재벌 구조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으로 상당수 재벌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했지만 아직도 20대 재벌그룹 가운데 절반가량이 순환출자 구조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순환출자란 ㄱ회사가 ㄴ회사의 지분을 확보해 지배주주가 되고, ㄴ회사는 같은 방식으로 ㄷ회사에 출자하고, ㄷ회사는 다시 ㄱ회사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계열사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변칙적인 출자 방식이다. 극단적인 경우 재벌 총수는 ㄱ회사의 경영권만 확보하면 추가 자본 없이 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재벌 중 순환출자로 총수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는 삼성,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한진, 동부, 현대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계열사들간 출자 비중이 높아 가장 강도 높은 수준의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된 곳은 현대·기아차그룹이다. 현대·기아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현대차→기아차(33.8%)→현대모비스(16.9%)→현대차(20.8%)’(그림 참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로 이뤄져 있다. 정몽구 그룹 회장 일가는 현대차의 지분 5.17%만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지분 20.8%와 함께 모두 25.9%의 지분으로 현대차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말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케이씨씨(KCC)에 매각하기로 해 순환출자 구조가 다소 약화됐다.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19.3%)→삼성전자(7.5%)→삼성카드(35.3%)→삼성에버랜드(8.6%)’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삼성카드는 금융회사의 비금융회사 지분 소유를 규제하는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금산법) 조항에 따라 앞으로 소유 한도를 5%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지난해 5월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참석자들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 강덕수 에스티엑스 회장,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지에스 회장, 이준용 대림그룹 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류진 풍산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5월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참석자들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 강덕수 에스티엑스 회장,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지에스 회장, 이준용 대림그룹 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류진 풍산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은 순환출자로 주요 계열사의 지배권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각각 62, 79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선단식으로 거느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94.9%)→현대미포조선(46.0%)→현대중공업(7.9%)’으로,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정석기업(24.5%)→한진(17.9%)→대한항공(9.7%)’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이런 순환출자 구조는 재벌 총수가 실질적인 자본 투입 없이 계열사의 지배력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돼왔다. 우리나라 대표회사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나 현대차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이 4~5% 수준에 불과한데도 계열사의 출자로 경영권을 100%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외국 자본과의 경쟁과 경영권 보호 등을 위해 순환출자가 계속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순환출자가 자본주의 원리에 어긋나는데다 이미 우리나라 재벌들이 상당한 규모를 갖췄다는 점에서 과도한 경제력 집중이라는 역효과가 훨씬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순환출자 구조는 재벌그룹의 한 계열사가 흔들리면 다른 계열사로 충격이 전이돼 그룹 전체가 위태로워지고, 이것은 다시 1997년 외환위기 때 경험한 것처럼 국가경제 리스크를 높인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순환출자 금지 조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을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을 케이씨씨에 매각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어 실질적으로는 보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5% 이하로 낮춰도 지배구조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경제학)는 “이런 방식으로 순환출자 규제를 회피하게 되면 재벌체제를 변화시키는 데 의미가 없어진다”며 “순환출자는 총수의 지배력을 가공적인 방법으로 증폭시키는 것인 만큼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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