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1675억 영업손실 기록해 두 분기 연속 적자
최 회장 공동대표 전망도…“경영능력 검증계기”
최 회장 공동대표 전망도…“경영능력 검증계기”
지난해 12월22일 하얀 방진복을 입은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에 들어섰다. 예정에 없이 갑작스레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것이다. 당시 에스케이 쪽은 “빠른 시일내에 (에스케이텔레콤이 인수한) 하이닉스의 경영을 정상화시켜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보름쯤 뒤인 지난달 5일 최 회장은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최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의 재판이 시작됐다.
최 회장은 지난달 다보스포럼 참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의 ‘마부작침’ 신년사 발표 등 분주히 활동했다. 무엇보다 시장의 관심을 끈 건 하이닉스 직접 경영 선언이다. 하이닉스 이사회는 지난달 26일 최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1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은 유임된 권오철 대표이사와 함께 공동 대표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 회장에게 하이닉스는 새로운 ‘도전’이다. 에스케이는 하이닉스 인수로 자산이 100조원대를 넘어 재계 3위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됐다. 아울러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이 1970년대 대한석유공사 인수, 1990년대 한국이동통신 인수로 현재의 에너지·이동통신 중심 그룹 체제를 만들어 놓은 데 이어 반도체 사업을 발판으로 3차 도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이 사실상 독점 체제의 공기업이었던 데 반해 반도체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한가운데 놓여있다. 한번 투자할 때마다 1조~2조원의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투자 시기를 1~2년만 놓쳐도 시장 경쟁에서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이닉스의 현재 경영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2일 발표된 실적을 보면, 메모리 불황 탓에 지난해 4분기 167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 분기 연속 적자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전년 대비 89% 급감한 325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14% 감소한 10조3960억원에 멈췄다. 물론 엘피다와 난야 등 적자를 지속한 경쟁업체들에 비하면 선방한 결과다.
하이닉스는 경영실적 부진을 메모리 가격 하락 탓으로 돌리지만, 비메모리와 고부가가치 메모리 쪽으로 미리 사업구조를 전환하지 못한 원인도 크다.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다보니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하이닉스는 이날 올해 시설투자로 4조20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낸드플래시 부문에 2조1000억원 이상 투자를 계획해, 처음으로 디(D)램에 대한 투자 비중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재판을 이유로 하이닉스 이사선임을 반대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능력이 검증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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