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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6년 단골사장도 원수 만든 회장님 ‘자전거 사랑’

등록 2012-02-07 19:10수정 2012-02-08 08:48

7일 오후 엘에스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자전거 유통점 ‘바이클로’의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매장을 찾은 한 시민이 정기휴일로 문을 닫은 매장 유리창 너머로 자전거들을 구경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7일 오후 엘에스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자전거 유통점 ‘바이클로’의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매장을 찾은 한 시민이 정기휴일로 문을 닫은 매장 유리창 너머로 자전거들을 구경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LS전선 구자열 회장 취미 넘어 수입유통사업
16년 단골가게도 직격탄 “매출 30% 넘게 떨어졌다”
구자열(59) 엘에스(LS)전선 회장은 3살 때부터 두발자전거를 탔다. 서울고 시절엔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머리뼈에 금이 가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아버지 구평회(구인회 엘지 초대 회장의 넷째동생) 이원(E1) 명예회장은 “다시는 타지 마라”며 화를 냈지만 그의 자전거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구 회장은 테니스, 골프, 스노보드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자전거를 최고로 꼽는다. 그는 ‘자출족’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두번 정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집에서 경기도 안양 엘에스타워까지 자전거로 출근한다. 2009년 엘에스전선 회장으로 승진한 직후에는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직도 맡았다.

그의 못 말리는 자전거 사랑은 경영으로 이어진다. 구 회장이 경영 방침으로 강조하는 게 스피드다. “자전거를 탈 때 장애물을 피해 돌아가면 더 큰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편법을 쓰지 않고 정공법을 쓰는 게 지름길이다.” 엘에스 직원들이 전하는 그의 소신이다.

그러나 구 회장이 단순한 자전거 사랑에 그치지 않고 직접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해당 업계는 크게 휘청이고 있다. 2007년 프로스펙스로 유명한 국제상사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엘에스네트웍스가 2010년 4월 자전거 수입·유통점 ‘바이클로’를 내고부터다. 바이클로는 서울 잠원동에 1호점을 낸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 14개 매장을 열었다. 그뿐 아니다. 내친김에 자전거 등 스포츠 유통사업의 매출을 현재의 3000억원대에서 2015년 1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자전거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 고가 자전거를 제대로 갖춘 자전거 매장이 많지 않아 구 회장이 아쉬워했고, 그래서 외국산 자전거를 구입해 쓰다 아예 수입·유통에까지 나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엘에스네트웍스 관계자는 “외국에서 자전거 산업이 성장세여서 경쟁력이 있는 전기자전거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자전거 유통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분은 그럴듯했지만 바이클로 매장 확대는 기존 중소업자들의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회장님의 지나친 자전거 사랑이 점포 업주들의 밥그릇을 뺏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보다 못한 자전거 업주들이 들고일어났다. 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은 6일 한나라당과 중소기업청을 찾아가 골목상권 보호를 요청하고 나섰다. 서울의 한 자전거 점포 업주는 “재벌은 취미 겸으로 사업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목숨이 달린 일”이라며 “장난으로 던진 돌에 맞아 죽는 개구리 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바이클로는 엘에스에 그다지 중요한 사업이 아니다. 시작한 지 두해도 안 됐다. 하지만 기존 업자들의 타격은 생각보다 컸다.

서울 서초동에서 자전거 판매점을 운영하는 인보식 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바이클로가 문을 연 뒤로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다”며 “시장 규모가 2500억원인 자전거 유통업에 재계 순위 21위인 대기업이 뛰어든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구 회장은 인보식 사장이 운영하는 가게의 16년 단골이었다. 자전거로 오랜 인연을 맺어온 두 사람은 엘에스의 사업 확장으로 마주볼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엘에스네트웍스 관계자는 “올해엔 직영점을 늘리지 않고 유통 가맹점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자전거 점포들이 자본력을 앞세운 재벌 기업의 유통점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소업자들은 결국 빵집이나 슈퍼마켓이 그랬던 것처럼 엘에스의 유통 가맹점으로 들어가거나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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