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인력 뺏긴 경험…“갈수록 중소기업 설자리 없어”
국내외 전문가 초청 회의…“정당에 출총제 부활 요청할것”
국내외 전문가 초청 회의…“정당에 출총제 부활 요청할것”
“사업을 하면서 대기업 중심 구조 탓에 중소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현실을 절감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숨 쉬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8t짜리 트럭 한대로 시작해 매출 3000억원대의 중견그룹을 일군 박주봉(55) 케이씨 회장이 대기업 비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박 회장은 7일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인 독일과 일본, 대만 등 3개국과 우리나라 전문가를 초청해 개최한 ‘중소기업 어떻게 육성·발전시켜야 하는가’란 주제의 ‘중소기업발전 회의’에서 자신이 나서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계에서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인물 중의 한 명이다. 부친이 사업에 실패한 이후 고등학교 때 학비를 벌기 위해 평화시장 시다(미싱사 보조)와 이발소 구두닦이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산전수전을 겪었다. 그가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도 가난을 탈출해 보겠다는 일념에서였다.
“고등학교 때 선배 집에 갔는데 거기서 귤을 처음 먹어봤어요. 귤나무 하나만 있어도 자식 대학까지 보낸다고 해서 귤나무를 대학나무라고 부를 만큼 귤이 귀하던 때였죠. 얼마나 부자면 귤이 바구니에 하나 가득 담겨 나올까 궁금했죠. 아버지가 사업을 한다는 말을 듣고 나도 그럼 사업을 해야겠구나 마음을 먹었습니다.”
1987년 8t 트럭 하나로 건설현장에서 철근을 자르는 일을 시작했다. 곧이어 인천항 부두에서 서울 이문동 삼표연탄 등으로 석탄을 나르는 일을 했다. 이렇게 돈을 모으며 트럭을 2대, 6대 등으로 늘려나갔고, 대주개발이란 회사를 차렸다. 1989년에는 인천제철(현 현대제철)과 거래를 하면서 사업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2001년 공기업 민영화 대상이었던 한국종합화학(현 케이씨)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자로 나섰다. 주위에서는 적자투성이인 기업을 인수해 어떻게 할 거냐며 ‘미친 짓’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 회사가 독점 사업을 하고 있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수백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케이씨는 현재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와 인조대리석, 세라믹 등 신소재의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이 16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박 회장이 최근 중소기업 살리기 등 활동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은 자신도 대기업으로부터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등 이대로 가다간 중소기업의 뿌리가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이 우리가 수년간 돈을 들여 외국에도 보내고 해서 키운 개발 인력들을 스카우트해 간 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기술인데 그 인력을 몽땅 데려가더군요. 항의도 하고 했지만 소용없었죠. 야구선수도 다른 구단에서 데려가려면 얼마씩 주고 데려가는데 이건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박 회장은 자신이 열심히 잘하고 있는 사업을 대기업 계열사가 치고 들어오면서 어려워진 일 등 피해를 많이 겪었다고 했다. 박 회장은 “대기업은 커피, 빵, 두부 등 골목상권에서 쉽게 돈 버는 사업을 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못 하는 신소재나 신기술 개발 같은 것을 해야 한다”며 “이런 문화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뿌린 보도자료에서 “대기업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근절,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중소기업부 신설을 통한 정책 혁신 등을 여야 각 정당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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