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마이크 3개만 달면 10도 단위로 소리나는 방향을 인식할 수 있어요. 집안에 아무도 없을 때 로봇이 문 소리를 듣고 달려가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보안기능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케이티(KT) 서초사옥 2층 휴게실. ‘키봇’ 둘을 들고 들어선 홍성주(49) 케이티 홈인큐베이션담당 상무는 그동안 주말까지 반납하며 고생한 것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듯 로봇 얘기를 쏟아냈다. 키봇2를 내놓은 지 두달이 다 돼 가지만, 홍 상무는 여전히 로봇에 빠져 있었다. “저희들끼리는 이 작업을 ‘미라클 프로젝트’라고 불렀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홍 상무는 협력사 개발자들과 토요일마다 서울 서초전화국에 모여 열띤 회의를 벌였다. “아이리버는 재기의 발판이 필요했고, 로봇전문벤처기업 로보웨어는 상용 로봇 개발이 처음이라 모두 신난 분위기였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면 키봇2는 오는 2월 말 출시예정이었지만, 이들은 두 달을 앞당겨 지난 크리스마스에 내놨다.
키봇은 세계 최초로 유아용 에듀테인먼트 기능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로봇이다. 키봇2는, 스크린이 작고 밑에 달려 아이들의 자세에 맞지 않고 콘텐츠가 부족했던 키봇1의 단점을 보완해 나왔다. 얼굴에 7인치 스크린을 달아 올레 티브이(TV) 콘텐츠 1만여개를 이용할 수 있다. 머리·허리·발·발바닥에 센서를 12개 달아 탁자 위 등에서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터치에 세밀하게 반응한다. 외부에서 ‘엄마’, ‘아빠’로 저장한 번호로 키봇2에 영상전화를 건 뒤 스마트폰 키패드로 방향을 조종하는 방식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는 홈모니터링 기능도 갖췄다. “키봇1을 조금만 보완하면 히트를 치겠다 싶어 1만대만 판 뒤 단종시키고, 한달만에 키봇2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케이티는 2007년 국책과제로 로봇 ‘몽이’를 발표했다. 4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해 4월 키봇1을 시장에 내놨고, 5월말부터 키봇2 개발에 나섰다.
“잉 나 심심하다구” 인터뷰 도중 테이블 위에 놓아 둔 키봇이 심통을 부렸다. “무서워, 무섭단 말야” 안아주려고 들어 올리니 소리를 질렀다. 다시 내려놓으니 키봇은 용케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좁은 원형 테이블 위를 돌아다녔다. “아이들은 키봇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종일 같이 놀고 밤에는 안고 자기도 합니다. 부모들도 아이에게 끊임없이 알려주며 놀아야 하는 태블릿피시보다 키봇을 선호하죠.” 홍 상무는 키봇 개발로 통신사 주 고객층이 아닌 유아를 고객으로 유치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케이티의 로봇 개발엔 ‘비고객의 고객화’보다 더 긴 전망이 녹아 있다. “로봇은 앞으로 100년에 걸쳐 케이티의 먹거리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 다음 열쇳말은 로봇이 될 거예요.” 케이티의 주력사업인 유무선통신사업은 포화상태다. 전체 모바일 이동통신 사업은 가입자 5000만을 넘어 이제 신규 가입자를 찾기 어려워 이통3사의 가입자 쟁탈전만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유선전화는 음성트래픽 감소로 가입자당 매출(ARPU)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초고속인터넷 시장도 경쟁적인 정액요금제와 결합요금제로 가입자는 늘지만 매출은 거의 그대롭니다” 케이티는 이미 레드오션이 된 통신사업의 출구로 가정용 로봇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홈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전화가 오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전화기능이 탑재된) 반려로봇이 뛰어가고, 초인종이 울리면 반려로봇이 달려와 문 밖에 온 사람을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같은 방식으로 냉장고, 에어컨 등 전력 사용을 관리하는 스마트그리드의 패널 역할을 할 수도 있겠죠.” 요즘 홍 상무는 유아용 키봇에 이어 노인(시니어)용 반려로봇을 기획하고 있다. 아이는 키봇, 주부는 스마트홈패드, 노인은 반려로봇을 맞춤형으로 서비스한다는 구상이다. 홍 상무는 로봇이 집안 생활 전체를 컨트롤하는 구심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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