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상대 명동 화장품매장 70곳…3년만에 3배
네이처리퍼블릭 등 브랜드 잇단 성공…수출도 급증
네이처리퍼블릭 등 브랜드 잇단 성공…수출도 급증
무역업체 직원인 김아무개(31)씨는 지난해 12월 한국에 출장 온 타이 거래처 직원의 부탁을 받아 서울 시내관광 가이드를 한 적이 있다. 그 직원은 대뜸 “여자 친구가 부탁한 한국 화장품을 사야 한다”며 명동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의 손에는 여자 친구가 사다 달라고 부탁한 한국 화장품 모델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선 한국 화장품을 사기 위해 화장품 매장을 들락거리는 외국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덩달아 화장품 매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명동 일대 화장품 매장 수가 이미 70개를 넘었다. 3~4년 전만 해도 20~30곳에 불과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이 한류 열풍을 타고 경기 침체에도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13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화장품 시장(소매 판매액 기준)은 지난해 10조820억원으로 처음으로 10조원대를 돌파했다. 2005년 7조2240억원에서 2008년 8조3528억원, 2010년 9조8718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한류 열풍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의 화장품 구매가 화장품 내수시장을 늘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화장품 소매 매출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 구매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만,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명동에 앞다퉈 매장을 늘리고, 한류 스타인 남성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하는 것으로 미뤄 짐작할 뿐이다. 서울 명동은 2009년 명동에 입점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의 한달 임대료가 1억5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임대료가 비싸다.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매출 70% 정도가 외국인 관광객한테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류 열풍에 따라 화장품 수출도 늘고 있다. 관세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8억6104만달러로 2010년(8억2490만달러)에 견줘 4.3% 늘었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이 화장품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 고성장의 또다른 배경은 2000년대부터 시작된 신규 화장품 브랜드의 잇따른 시장 진입과 성공이다. 2000년 인터넷 사이트 뷰티넷을 모태로 탄생한 미샤, 2003년 더페이스샵, 2008년 네이처리퍼블릭 등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화장품을 내놔 성공했고, 최근에는 고가의 화장품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신규 시장 진입자들의 시장 안착이 전체 시장을 확대했다”고 평했다.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이 다양화한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춰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시장 확대의 또다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관세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화장품 수입액은 14억6073만달러로 2010년(12억6539만달러)에 견줘 크게 늘었다.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은 이전에는 잘 하지 않던 텔레비전 광고도 늘리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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