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MB노믹스 기획’ 곽승준의 MB정부 4년 평가
“집권전부터 우리 그룹과 정책노선 투쟁 벌여
홍보라인서 밀어붙인 ‘747공약’ 실패한 구호돼
양극화 가장 큰 문제, 시장 공익기능 강화를” “지난해부터 성장과 감세 쪽에서 따뜻한 시장경제로 많이 옮겨온 것 같은데, 약간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이면서도 성장 우선과 감세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그에겐 만시지탄이 배어 있었다. 그는 부친이 이명박 대통령과 현대그룹 임원을 같이 한 인연 등으로 2002년 서울시장 선거 캠프에서 이 대통령을 도왔다. 대선 승리 뒤 인수위원, 청와대 첫 국정기획수석 등을 거친 대표적인 ‘엠비(MB)의 남자’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엠비노믹스’의 기획자 가운데 한명이지만, 주설계자로 성장과 감세 정책을 진두지휘해온 강만수 현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시장경제의 약자인 영세자영업자 지원 강화 등 이른바 ‘따뜻한 시장경제’를 외쳤던 그는 주로 이명박 캠프의 외곽에 있었다. 그는 “집권 전부터 성장을 중시하는 그룹과 따뜻한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그룹 간 정책노선 투쟁이 있었다. 그런데 2008년 ‘촛불시위’ 뒤 우리 쪽이 밀리면서 굉장히 세게 우향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역사가 따뜻한 시장경제 요소도 엠비노믹스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기록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는 “1년 사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걸 느낀다. 지난해 복지 얘기하면 (정권 내부에서) 좌클릭,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올해는 내 얘기가 잘 먹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이후 엠비노믹스의 노선이 바뀐 것인지 혼란스럽다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부에 노선 투쟁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한테는 양쪽이 모두 보이는 것이다. 한쪽엔 감세나 기업프렌들리(친기업) 주장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교육과의 전쟁, 가계부채 축소,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 강화 등의 주장이 공존했다. 그래서 혼란스러워 보일 것이다. 대통령은 저쪽(감세)으로 기울었다가 균형을 잡아서 다시 이쪽으로 온 것이다. 대통령 본인 생각에 따뜻한 시장경제가 있다고 본다.” 곽 위원장은 성장 중시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성장 중시자들이 내세운 트리클다운(낙수)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을 할 수 있으면 좋다. 그런데 지금 우리 경제의 문제는 성장을 많이 했냐 안 했냐의 문제가 아니라 부의 집중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낙수효과가 작동할 시스템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본과 인력이 대기업에 너무 집중되고 있는 현상에 비판적이었다. 이 때문에 경제가 지금 “한계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기업의 사회적 공헌 역할이 더 커져야 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는데 굉장히 저항이 많다. 재벌에 자본과 우수한 인력이 다 모여 있는데 무척 센 이익단체인 전경련까지 갖고 있다. 대기업이 정부보다 더 센데, 정부가 기업프렌들리를 한다고 해서 기업이 잘되고 못되고 하는 게 아니다.” 그는 또 “1960~70년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재벌이 국민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돈 벌기 쉬운 것, 중소기업이 하던 것을 침범하다가 이제는 영세자영업자가 하는 것까지 손대고 있다. 그래서 자꾸 국민들과 멀어지고 있다. 그러면 결국 대한민국의 시장자본주의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재벌은 국민과 소비자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 재벌 때리기라고 얘기하지만 그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장에 대한 변론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경제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것은 우리가 아닌 외부의 평가다. 다만 세계경제가 안 좋아 그리 높은 성장은 못 했다”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연평균 3.1% 성장해 노무현 정부 때(4.3%)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보다 높다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현 정부의 성장 추구를 상징하는 ‘747 공약’(7% 경제성장, 4만달러 소득, 7대 강국)에 대해선 ‘실패한 구호’였다고 했다. 그는 “계속 반대하다가 홍보라인 쪽에서 10~20년 뒤 미래 비전이라면서 밀어붙이길래 설득이 됐다”며 “그런데 돌이켜보면 월드컵 16강 가자고 했는데 4강 가면 좋은데, 처음부터 4강 가자고 했다가 예선 탈락하면 실망이 훨씬 큰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 개선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표상으로 개선됐지만 국민들은 그런 것을 못 느낀다.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20~30%밖에 안 될 만큼 서민과 중산층들의 심리적 박탈감이 커졌다.” 소득분배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악화하다가, 2010년 소폭 개선돼 0.310을 기록했다. 그는 “가계 소득이 부진한데 물가까지 올랐다. 가계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려 했는데 잘 안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가 나서서 정치권의 복지 확대 움직임을 공격하는 것에는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시장주의, 자본주의를 유지하려면 (복지를) 해야 된다.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정부 예산이 감당하는 한 좀 늘려도 좋다. 정부가 시장경쟁의 탈락자들을 보듬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4대강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꺼렸다. 그는 “이게 너무 이명박 정부의 아이콘(상징) 같아서… 사업이 완료되고 나서 ‘물건’이 나오면, 그때 얘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가 가장 많이 쓴 단어 중 하나는 ‘자본주의 위기’였다. 지금의 자본주의를 위기로 진단하고, 시장의 공익적 기능 및 국가의 시장경쟁 탈락자에 대한 지원 등을 강화해 새로운 선진 자본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엠비노믹스의 기획자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의 전도사로 바뀐 것이다. 요즘 이 대통령과 독대하느냐는 질문에는 “의견 개진은 계속 한다. 하지만 정치 얘기는 전혀 안 하고 정책에 한정된 얘기만 할 뿐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내가 너무 세게 얘기한 거냐?”고 반문하면서도, “2008년도부터 해오던 얘기다. 이(정권)쪽에 있는 사람들도 요새는 듣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글 류이근 김회승 기자 ryuyigeun@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홍보라인서 밀어붙인 ‘747공약’ 실패한 구호돼
양극화 가장 큰 문제, 시장 공익기능 강화를” “지난해부터 성장과 감세 쪽에서 따뜻한 시장경제로 많이 옮겨온 것 같은데, 약간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이면서도 성장 우선과 감세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그에겐 만시지탄이 배어 있었다. 그는 부친이 이명박 대통령과 현대그룹 임원을 같이 한 인연 등으로 2002년 서울시장 선거 캠프에서 이 대통령을 도왔다. 대선 승리 뒤 인수위원, 청와대 첫 국정기획수석 등을 거친 대표적인 ‘엠비(MB)의 남자’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엠비노믹스’의 기획자 가운데 한명이지만, 주설계자로 성장과 감세 정책을 진두지휘해온 강만수 현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시장경제의 약자인 영세자영업자 지원 강화 등 이른바 ‘따뜻한 시장경제’를 외쳤던 그는 주로 이명박 캠프의 외곽에 있었다. 그는 “집권 전부터 성장을 중시하는 그룹과 따뜻한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그룹 간 정책노선 투쟁이 있었다. 그런데 2008년 ‘촛불시위’ 뒤 우리 쪽이 밀리면서 굉장히 세게 우향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역사가 따뜻한 시장경제 요소도 엠비노믹스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기록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는 “1년 사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걸 느낀다. 지난해 복지 얘기하면 (정권 내부에서) 좌클릭,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올해는 내 얘기가 잘 먹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이후 엠비노믹스의 노선이 바뀐 것인지 혼란스럽다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부에 노선 투쟁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한테는 양쪽이 모두 보이는 것이다. 한쪽엔 감세나 기업프렌들리(친기업) 주장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교육과의 전쟁, 가계부채 축소,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 강화 등의 주장이 공존했다. 그래서 혼란스러워 보일 것이다. 대통령은 저쪽(감세)으로 기울었다가 균형을 잡아서 다시 이쪽으로 온 것이다. 대통령 본인 생각에 따뜻한 시장경제가 있다고 본다.” 곽 위원장은 성장 중시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성장 중시자들이 내세운 트리클다운(낙수)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을 할 수 있으면 좋다. 그런데 지금 우리 경제의 문제는 성장을 많이 했냐 안 했냐의 문제가 아니라 부의 집중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낙수효과가 작동할 시스템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본과 인력이 대기업에 너무 집중되고 있는 현상에 비판적이었다. 이 때문에 경제가 지금 “한계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기업의 사회적 공헌 역할이 더 커져야 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는데 굉장히 저항이 많다. 재벌에 자본과 우수한 인력이 다 모여 있는데 무척 센 이익단체인 전경련까지 갖고 있다. 대기업이 정부보다 더 센데, 정부가 기업프렌들리를 한다고 해서 기업이 잘되고 못되고 하는 게 아니다.” 그는 또 “1960~70년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재벌이 국민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돈 벌기 쉬운 것, 중소기업이 하던 것을 침범하다가 이제는 영세자영업자가 하는 것까지 손대고 있다. 그래서 자꾸 국민들과 멀어지고 있다. 그러면 결국 대한민국의 시장자본주의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재벌은 국민과 소비자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 재벌 때리기라고 얘기하지만 그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장에 대한 변론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경제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것은 우리가 아닌 외부의 평가다. 다만 세계경제가 안 좋아 그리 높은 성장은 못 했다”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연평균 3.1% 성장해 노무현 정부 때(4.3%)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보다 높다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현 정부의 성장 추구를 상징하는 ‘747 공약’(7% 경제성장, 4만달러 소득, 7대 강국)에 대해선 ‘실패한 구호’였다고 했다. 그는 “계속 반대하다가 홍보라인 쪽에서 10~20년 뒤 미래 비전이라면서 밀어붙이길래 설득이 됐다”며 “그런데 돌이켜보면 월드컵 16강 가자고 했는데 4강 가면 좋은데, 처음부터 4강 가자고 했다가 예선 탈락하면 실망이 훨씬 큰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 개선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표상으로 개선됐지만 국민들은 그런 것을 못 느낀다.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20~30%밖에 안 될 만큼 서민과 중산층들의 심리적 박탈감이 커졌다.” 소득분배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악화하다가, 2010년 소폭 개선돼 0.310을 기록했다. 그는 “가계 소득이 부진한데 물가까지 올랐다. 가계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려 했는데 잘 안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가 나서서 정치권의 복지 확대 움직임을 공격하는 것에는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시장주의, 자본주의를 유지하려면 (복지를) 해야 된다.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정부 예산이 감당하는 한 좀 늘려도 좋다. 정부가 시장경쟁의 탈락자들을 보듬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4대강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꺼렸다. 그는 “이게 너무 이명박 정부의 아이콘(상징) 같아서… 사업이 완료되고 나서 ‘물건’이 나오면, 그때 얘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가 가장 많이 쓴 단어 중 하나는 ‘자본주의 위기’였다. 지금의 자본주의를 위기로 진단하고, 시장의 공익적 기능 및 국가의 시장경쟁 탈락자에 대한 지원 등을 강화해 새로운 선진 자본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엠비노믹스의 기획자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의 전도사로 바뀐 것이다. 요즘 이 대통령과 독대하느냐는 질문에는 “의견 개진은 계속 한다. 하지만 정치 얘기는 전혀 안 하고 정책에 한정된 얘기만 할 뿐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내가 너무 세게 얘기한 거냐?”고 반문하면서도, “2008년도부터 해오던 얘기다. 이(정권)쪽에 있는 사람들도 요새는 듣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글 류이근 김회승 기자 ryuyigeun@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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