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밝힌 사건의 재구성
운전기사의 의심→CCTV 분석→의심차량 추적→경찰 신고
운전기사의 의심→CCTV 분석→의심차량 추적→경찰 신고
씨제이(CJ)가 이재현 회장에 대한 미행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일주일 전부터다. 운전기사가 가장 먼저 눈치를 챘고, 일주일 동안 이들을 역추적했다.
씨제이가 밝힌 경위는 이렇다. 이 회장의 운전기사는 지난 16일 운전을 하면서 다른 차량이 미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꾸 따라붙는 다른 차들이 있는 것 같았다. 운전기사는 반신반의하다가 다음날인 17일 비서실에 보고했다.
비서실은 바로 서울 장충동 이 회장 자택 주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 결과 수상한 차량 여러 대가 15일부터 이 회장 자택 주변을 배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씨제이 관계자는 “수상한 차량이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였다”며 “삼성이 여러 사람을 동원해 미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상한 차량이 나타나기 시작한 15일은 이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유산으로 인정된 차명주식을 돌려달라’며 삼성생명 주식인도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바로 다음날이다.
수상한 차량들이 이재현 회장 집 주변을 배회하고 회장 차량을 따라붙어 미행하는 일은 20일까지 계속됐다. 씨제이가 밝힌 20일 상황은 이 차량들이 노골적으로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는 것을 충분히 의심하게 한다. 이재현 회장 차량이 이날 오후 1시께 자택을 출발해 남대문로 씨제이그룹 빌딩으로 이동하자 미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2대가 따라붙었고, 출근 이후 이들은 인근 에스티엑스(STX) 건물 뒤편에 차를 주차해놓고 대기했다. 같은 날 오후 5시40분께 이 회장이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동하자 두 차량이 다시 따라붙었다. 이 회장의 운전기사가 이를 눈치채고 같은 자리를 맴돌자, 미행 차량들이 필동의 씨제이 인재원 건너편과 이 회장 자택 주변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씨제이 쪽의 설명이다.
씨제이가 행동에 나선 것은 다음날인 21일이다. 비서실은 이 회장 자택 인근에 있던 검정 오피러스 렌터카를 예의주시했고, 오후 4시에 오피러스 차량의 운전자가 렌터카 업체한테서 그랜저로 인수해 차종을 바꾸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 회장이 이날 저녁 7시30분께 평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집을 나서자 그랜저 차량이 곧바로 따라붙었고, 씨제이는 미행 차량임을 확신하게 됐다. 씨제이 관계자는 “이 회장 차가 움직이자 바로 따라오는 것으로 봐서는 우연히 같은 길을 가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씨제이 직원 한 명이 그랜저 차량을 막아섰고, 이 과정에서 씨제이 직원의 무릎이 그랜저 차량에 가볍게 부딪혔다. 씨제이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그랜저 차량 운전자는 교통사고 처리에 필요한 이름과 주민번호만 경찰에 밝혔을 뿐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는 따로 말하지 않았다. 씨제이는 보험회사를 통해 알아낸 이름을 가지고 독자적인 조사에 들어갔고, 해당 차량 운전자가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 김아무개 차장임을 알아냈다. 씨제이 관계자는 “방법은 밝힐 수 없지만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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