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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고’ 리볼링 수수료율,
뒤늦게 인하 동참
보이스피싱 구제도
개별 통보만 하는 등 ‘소극적’
뒤늦게 인하 동참
보이스피싱 구제도
개별 통보만 하는 등 ‘소극적’
대표적인 외국계 카드인 씨티은행카드가 업계 최고 수준의 리볼빙 수수료율로 막대한 수익을 취하면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제 등 금융 소비자 보호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여신금융협회의 카드사별 리볼빙 수수료율 현황(1월31일 기준)을 보면, 씨티카드는 연 9.90~28.30%로 카드사 가운데 리볼빙 수수료를 가장 높게 매기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카드사에 견줘 1~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리볼빙은 신용카드나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뒤 카드 대금의 일정 비율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전환돼 자동 연장되는 결제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고객 신용도보다 과도하게 높게 수수료율을 매겨온 게 문제로 지적돼 왔다. 씨티카드는 모든 카드를 발급할 때 고객들을 이 서비스에 자동으로 가입시키고 있다.
씨티카드는 리볼빙 금리를 일시불과 현금서비스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최저 수수료율은 9.90%로 가장 낮은 하나에스케이(SK)보다 4%포인트나 높다. 현대, 신한카드보다는 3%포인트, 케이비(KB)국민, 롯데, 삼성카드보다는 2%포인트 높다. 씨티카드와 같은 외국계인 에스시(SC)은행카드도 일시불과 현금서비스 리볼빙의 최고수수료율은 낮지만, 최저수수료가 각각 11.0, 12.9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씨티카드 관계자는 “10% 미만의 수수료율 대상 고객 범위가 씨티카드 전체 고객의 30%로 현대카드(42.4%) 다음으로 많다”며 “결코 수수료율이 높은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10% 미만의 수수료율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일시불과 현금서비스로 나눠볼 때 전체 리볼빙 고객의 5%와 0.26%에 불과하다. 현대카드는 10.34%와 2.2%에 이른다.
씨티카드는 지난 21일 리볼빙 수수료율을 4월1일부터 1%포인트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카드사와의 수수료율 격차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1일 신한카드를 시작으로 국민, 롯데, 현대카드 등 국내카드사는 이미 수수료율을 최대 1%포인트 낮췄거나 이달 안으로 낮출 예정이기 때문이다.
씨티카드의 리볼빙 실적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5조5750억원이다. 우리은행(545억원)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수수료 수입만 992억7000만원으로, 업계 1위인 신한카드(1057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막대한 수익에도 정작 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제 등의 고통분담에는 국내 카드사와 달리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씨티카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현대·신한·국민·삼성 등 국내 카드사들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을 최대 40%까지 감면해주는 구제책을 시행할 때,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카드론 재대출로 최대 48개월 동안 연 1%의 금리로 피해금액 상환을 요구해, ‘약탈적 금융’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씨티카드는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을 10~50%까지 차등적으로 감면해주겠다고 고객별로 통보했다고만 밝혔을 뿐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고 있다. 감면 대상 범위와 구체적인 적용기준 등은 비공개 상태다. 씨티카드 관계자는 “일부 고객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라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했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씨티카드의 영업행태가 국내 카드사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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