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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 설탕값 잡겠다더니…
되레 영세 수입업자 잡겠네

등록 2012-02-26 21:12

시장 독과점 깬다며 직접 수입·판매 진출
자문 업체 거래처 뺏어…폐업 위기 몰려
국내 설탕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깨뜨려 가격을 잡겠다던 정부가 설탕 수입과 판매시장에 뛰어들면서 영세 수입업자들의 사업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설탕 수입에 나선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달 10일 영세 수입업자인 최아무개씨에게 자문을 요청했다. 최씨는 흔쾌히 견적서 작성, 견본품 제공, 창고 견학 등 설탕 수입에 필요한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이달 초엔 공사 관계자 2명과 함께 말레이시아, 타이, 싱가포르까지 가서 설탕 수출업체들을 소개해줬다. 하지만 최씨는 지금 자신의 호의를 크게 후회한다. 최씨는 “우리 거래처에 손대지 않겠다는 약속을 찰떡같이 믿고서 공사가 설탕을 수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는데, 내가 준 샘플을 들고서 거래처를 낚아채가고 있다”며 “벌써 3곳에서 거래를 중지했다”고 말했다. 이에 공사 관계자는 “뺏으면 안 된다는 법이 있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물가가 안 잡힌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내 설탕가격을 낮추려고 직접 수입시장에 뛰어든 것을 선의로 해석할지라도, 기존 업체들이 구축한 거래선을 가져갔다면 해당 업체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 ㅅ사의 정아무개 사장은 “식품유통공사가 나서면서 거래처 3~4곳이 계약을 취소하려고 한다”며 “우리 같은 중소 수입업체는 지금 생존이 달린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설탕 수입업체는 현재 15곳으로 대부분이 직원 3~4명 안팎의 영세한 규모다.

식품유통공사는 지난해 말 정부의 물가관계장관회의 뒤 설탕 수입 및 판매를 위해 1월 초 ‘설탕수급 안정대책단’을 꾸렸다. 정부는 연간 설탕 총소비량 96만t의 약 5%인 4만5000t(약 450억원어치)을 수입하라는 지침을 공사에 내려보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식품유통공사 관계자들은 “설탕을 원가나 원가 이하에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설탕 수입량이 소비량의 약 2%에 불과한 것은, 씨제이(CJ)·삼양·대한제당 등 제당업체 3사가 설탕의 원료인 원당을 수입해와 국내에서 설탕으로 가공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독과점 구조를 깨겠다면서 2010년 8월부터 할당관세를 적용해 설탕 수입 관세(35%)를 없애, 중소업체도 진입할 수 있도록 설탕 수입시장의 장벽을 낮췄다.

그 결과 영세 수입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설탕 수입 및 판매시장에도 작은 생태계가 조성됐고, 수입 물량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다. 영세업자들은 대형 제당 3사보다 설탕가격을 ㎏당 100원정도 싸게 팔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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