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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창조적 혁신 없이 지속적 성장 없다

등록 2012-03-01 15:41수정 2012-03-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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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코닥·노키아·소니의 몰락 기술 트렌드 적응 못한 탓
빠른 추격자 전략 국내기업 이젠 모방도 창조적이어야
131년 역사의 코닥이 지난 1월 미국 법원에 파산신청을 내고 최근 디지털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한 사실은 전세계 산업계에 적잖은 충격이었다. 100년 넘게 첨단 기술기업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쌓아온 브랜드와 자산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화된 산업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는 데서 기업의 혁신이 새삼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20세기에 코닥은 지금의 애플, 구글처럼 미국을 대표하던 최첨단 기술기업이었다고 보도했다. 1917년 창간한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창간 70돌을 맞아 1987년 미국 주요 기업들의 변화를 다뤘을 때 70년 동안 시가총액의 평균 성장률이 시장 평균 성장률을 웃돈 기업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코닥 둘뿐이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도래에 맥 못 추고 당한 게 아니라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하고, 1981년 사내보고서는 디지털카메라의 위협을 정확히 예견했다. 디지털 이미지 처리 핵심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일찌감치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어 팔아온 기업이 코닥이라는 점에서, 다수의 기업들로 하여금 혁신을 통한 지속적 성장을 고민하게 하였다.

미국의 소비재 기업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탄탄한 기술력과 안정적 내수·수출 구조를 기반으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던 일본은 주력 기업들의 부진과 함께 국가 경쟁력 자체가 쇠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1960년대 7.5%에서 1970년대 5.6%, 1980년대 4.4%에서 1990년대부터 3.3%대로 떨어지더니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2009년엔 사상 처음으로 1%대로 추락했다. 오는 3월 결산에서는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할 게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엘지(LG)경제연구원이 글로벌 산업판도 변화와 기업의 실패, 혁신을 주제로 펴낸 일련의 보고서들에는 다양한 사례와 지속 가능한 혁신을 향한 접근법이 소개돼 있다. 디지털 열풍이 몰아친 2000년 이후 10년간 글로벌 기업의 성쇠는 대조적이다. 가장 변화가 많은 곳은 정보기술(IT) 분야다. <비즈니스위크>가 분류한 2000년 글로벌 시가총액 30위 기업에 정보기술 장비 기업은 9곳이었으나 2011년엔 1곳뿐이다. 애플이 혜성처럼 등장해 단숨에 시가총액 2위를 기록했다. 시스코, 노키아, 루슨트, 에릭슨, 노텔, 이엠시(EMC), 휼렛패커드(HP), 선마이크로시스템 등은 순위에서 사라졌으며, 아이비엠은 정보기술 장비에서 소프트웨어로 업종을 변신해 과거와 유사한 수준인 13위를 지켜냈다. 디지털로 더 많은 정보기술 기기를 사용하게 됐지만, 애플을 제외한 기존의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경쟁에서 밀려났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2000년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KT)가 각각 국내 증시 시가총액 2, 3위에 기록되며 통신업이 시가총액에서 25.7%를 차지했지만 2011년 6월엔 10분의 1도 안 되는 2.3%로 추락했다.

엘지경제연구원의 이지평 수석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의 실패는 디지털화, 네트워크화 같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데서 비롯했다”며 “1980년대까지는 선진국의 모범 사례를 따라가는 추격자로 혁신 효과를 높일 수 있었지만 정상급 기업으로 원천기술을 개발해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에 미진한 기업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기존의 제품 개량을 통한 품질 개선에 주력했으나 이는 패인이 됐다고 이 연구원은 분석했다. 특히 하드웨어 기반의 우수한 제품과 개발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새로운 정보기술과 플랫폼 환경에서도 ‘기능 보완’ 위주로 개량을 추구한 게 결정적 패착이었다. 소프트웨어 기술이 늘어날수록 하드웨어 위주의 제품은 복잡해져갔고 경쟁력을 잃어간 것이다. 최고 기술과 자산을 보유한 일류 기업이 시장에 새로 등장한 ‘파괴적 기술’에 무너지는 과정을 다룬 이 분야의 고전으로 통하는 <혁신기업의 딜레마>의 저자 클레이턴 크리스턴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지적 그대로다.

디지털화·글로벌화 같은 메가트렌드의 등장과 함께 일등 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앞세운 도전자에 의해 무너지는 추세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통해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이뤄내 선도 기업군에 들어선 국내 기업들에도 당면 과제다.

조준일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지속적 혁신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제시했다. 선두에 서게 되면서 ‘빠른 추격자’ 전략이 불가능해진 상황은 맞지만, 새 해법이 ‘시장 개척자’(First Mover)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지속적 혁신을 위해서는 창안적 혁신보다 혁신적 모방과 재조합적 혁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시간적 선발 진입보다 실질적 시장 창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애플이 엠피(MP)3 시장과 스마트폰, 태블릿피시 시장에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로 뒤늦게 참여했지만, 실질적 시장을 창출했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근거다.

혁신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담보되지 않는 기업의 세계에서 변화 추구는 숙명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장과 기술 트렌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통찰력, 경영자의 결단이 핵심적이다. 서기만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닥은 파괴적 혁신에 따른 기술의 실패라기보다 사업에 실패한 것”이라며 “파괴적 기술이 닥칠 것을 모른 게 아니라 알면서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정된 수익 구조를 지닌 기업에서 신사업 부문의 책임자는 권한이 없고 직급이 낮은 사람이 맡기 때문에 기존의 주력산업을 엎어버릴 권한이 없다”며 “사업을 망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과 리더십의 문제”라고 밝혔다. 기존 사업구조를 파괴적으로 혁신해 새로운 성공을 일궈낸 기업은 아이비엠과 애플이 손꼽히는데, 두 기업엔 각각 루이스 거스트너와 스티브 잡스라는 과감한 리더가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산업계에도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삼성그룹이 의료장비와 바이오복제약 분야에 뛰어들고, 엘지그룹은 2차전지에 주력하고 있으며 에스케이(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반도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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