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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름값 오르는데 소비는 왜 안 줄지?

등록 2012-03-06 15:19수정 2012-03-07 10:53

설 명절 귀성 수요· 높은 이상 기후
대형차 증가·가짜 휘발유 단속 등 복합적 요인 작용
휘발유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보통 휘발유 기준)은 6일 오후 2시 현재 ℓ당 2017.74원이다. 지난달 23일 ℓ당 1993.82원으로 역대 최고치인 2011년 10월23일(1993.17원) 가격을 뛰어넘은 뒤 쉴 새 없이 오르고 있다.

 그러면 소비는 어떨까? 아직 2월 휘발유 소비량(3월20일 이후 공개)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1월 소비량을 갖고서 한 번 살펴보자. 참고로 1월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7.1% 오른 ℓ당 1955.08원을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는 1월 휘발유 소비량은 582만배럴로 지난해 1월의 541만배럴보다 7.5%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격이 7.1% 증가했는데, 소비도 7.5% 늘어난 것이다.

  그 원인이 뭘까? 이에 대해 석유관리원은 지난달 말 가짜 휘발유 단속 때문에 휘발유 소비량이 늘었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일부 언론은 소비자들의 ‘휘발유 과소비’ 행태를 지적했다. 그런데 이는 ‘정답’이라 보기 어렵다.

  우선 원인을 찾기 전에 지난해 1월보다 ‘소비가 늘었다’는 명제부터 따져보자. 석유공사 관계자는 휘발유 소비량 증가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한 마디로 “설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설 명절이 지난해엔 2월2~4일에 있었지만, 올해엔 1월22~24일 있었다. 공사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보다 올 1월에 휘발유 소비가 늘어난 것은 귀성 수요 때문”이라며 “설 연휴가 끼게 되면 아무래도 자동차의 운행과 이동거리가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실제 도로교통연구원 관계자는 “명절엔 주말보다 차량 운행이 10% 정도 늘어나고, 주말은 또 평일보다 한 10% 정도 차량 운행이 증가한다”며 “명절 때 차량운행도 증가하지만 그보다 운행거리의 증가폭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여기서 잠깐 정리하고 넘어가자. 휘발유 소비량이 지난해 1월보다 크게 늘어난 가장 큰 요인은 명절이란 이른바 ‘계절적 효과’라는 것이다. 휘발유 소비의 97%는 자동차 연료용이다. 따라서 자동차의 움직임은 휘발유 소비량에 결정적이다. 명절효과를 제거한 뒤 실제 소비가 어떻게 됐는지는 분석이 쉽지 않다.

  명절 요인을 빼면 다소 김이 빠지지만, 1월 휘발유 소비가 전년보다 늘었거나 변동이 거의 없다고 가정하고 그 원인을 찾아보자.

  우선 기온상승의 영향이다. 올 1월 평균 기온은 서울 기준 -2.8℃로 지난해 1월의 -7.2℃보다 크게 높았다. 도로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차량 운행에 기온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날씨가 추울수록 차량 운행량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지난 1월의 기온이 전년도보다 높은 탓에 1월 차량 운행이 증가했고, 휘발유 소비 또한 늘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도 “날씨가 따뜻하면 상대적으로 자동차의 운행량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차량대수의 증가다. 특히 연도별 휘발유 자동차 등록 현황(석유관리원)을 보면, 2010년 896만대에서 2011년 920만대로 증가했다. 자동차 1대당 평균 주행거리가 줄고, 연비 증가가 휘발유 소비량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차량의 증가가 이를 상쇄시키는 것이다. 에너지총조사를 보면, 2007년 자동차 1대당 주행거리가 1만4008㎞였던 게 2010년엔 1만3050㎞로 줄었다. 그런데 그 사이 자동차가 증가했고, 차량도 대형화 추세다. 2007년 소형차(1500cc 이하)가 전체 자동차의 43.7%를 차지했으나, 불과 3년 만인 2010년엔 그 비율이 34.3%로 줄어들었다. 이성근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아무래도 소형보다 중대형의 자동차가 휘발유를 더 소비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세번째는 낮은 석유 소비의 탄력도다. 쉽게 말해 석유 가격이 오르는데도 소비가 가격에 맞춰 빠르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이달석 본부장은 “모델마다 결과가 다양하게 나오지만, 결론은 석유 소비가 아주 비탄력적이라는 것”이라며 “대략 가격이 10% 오르면 소비는 1% 정도 주는 것(탄력도 0.1)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는 석유가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차로 출퇴근을 하는 이아무개씨는 “휘발유값이 100원 정도 오르면 한달에 차량 연료비 추가 부담이 1만원밖에 안된다”며 “심리적으로 기름값 인상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실제로는 그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소비를 줄일 필요성을 크게 못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경상소득(물가 상승 반영 전 단계)이 늘면서 기름값이 어느정도 오르는 것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네번째는 가짜 휘발유 단속의 부수효과다. 석유관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가짜 휘발유의 주원료인 용제 1호와 4호의 판매량이 전년도의 같은 기간에 견줘 42%(6.8만㎘) 감소했으며, 반대로 같은 기간 휘발유 판매량은 2.6%(9.7만㎘)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용제를 섞어 가짜 석유를 만들어 팔았는데 단속이 강화되니 아무래도 진짜 석유의 소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석유관리원은 “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은 강력한 단속으로 가짜 석유가 줄고 정상제품 유통이 그만큼 늘어난 결과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지식경제부의 담당 과장도 그렇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석 본부장은 “소비량이 늘어났다기보다, 과거 유사 휘발유 단속이 강화될 때마다 용제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휘발유 소비가 일시적으로 약간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곤 했다”고 말했다.

  어쨌든 휘발유 소비가 왜 늘어났는지에 대한 정답은 이런 게 아닐까. 일단 가장 큰 요인은 설 명절 효과이다. 그리고 이 요인을 제거했을 경우에도 소비량이 늘어났다면 높은 이상 기후와 대형차 중심의 자동차 증가, 낮은 소비탄력도, 가짜 휘발유 단속에 따른 부수 효과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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