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샘플북 제조업체인 에덴데코의 직원들이 커튼 샘플북을 만들고 있다. 이영희 에덴데코 대표는 이달 중 서울시의 ‘지역형 예비 사회적 기업’심사에 응모할 계획이다.
이영희씨 등 ‘에덴데코’ 설립 월 4000만원 매출
정착 못하던 여성들 “회사 키울것” 주인의식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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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는 중국에 열흘만 다녀오겠다고 했다. 자전거를 갖고 싶었다. 매주 중국에서 새 자전거를 가져오는 동네 아저씨를 따라 중국 단둥(단동)으로 넘어갔다. 아저씨는 경비대에 붙잡혔다. 북으로 다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혼자 중국을 거쳐 남한에 들어온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봉제·컴퓨터 학원을 다니고 휴대전화 급속 충전기 대여 회사에서 수금 일을 했다. 한달 70만원 받고 상자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도 해봤다. 2008년 양천지역자활센터에서 한지공예사업단을 3년 동안 이끌며 드디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그 때 만난 40·50대 탈북 여성 대부분은 일할 곳이 없었다. 그녀들을 위한 회사를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탈북 여성인 이영희(53) 에덴데코 대표 얘기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필동의 2층짜리 조립식 건물 2층에 위치한 에덴데코 공장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120평 크기의 공장은 직원들의 바쁜 손놀림으로 분주했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에덴데코는 커튼 샘플 북과 시계 고급 포장상자 등을 만들어 월 4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정직원 5명과 아르바이트생 5명 모두 탈북 여성이다. 지난해 통일부에 딸린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선정한 사회적기업 설립 지원 대상 기관 25곳 중 하나로 뽑혔다. 재단으로부터 1억여원을 지원받아 이곳에 둥지를 텄다. 에덴데코는 이달 서울시 지역형 예비 사회적기업에 응모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사업을 확장해 일자리를 늘리려면 초기 지원을 통한 안정적인 운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업체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은 ‘시다바리’ 역할을 하며 월급도 적고 자존감도 느끼지 못해 일찍 그만두기 일쑤다. 2003년 남한에 온 탈북여성 김영숙(가명·48)씨도 식품회사, 청소업체, 학교조리원 등에서 일하다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년만에 그만뒀다. 김씨는 “예전 직장에선 일하는 내내 긴장돼 매달 월급만 받으면 그만뒀다”며 “여기선 기술도 배울 수 있고 마음도 편해 내가 주인이고 회사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던 이 대표는 “직원들이 이곳에서 열심히 기술을 배워 나중엔 사회적 기업을 하나씩 차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한에 들어올 때 이 대표는 교회에 뿌리를 두고 중국을 떠도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선교할 생각이었다. 이 대표는 “나처럼 10년이란 긴 세월을 거치지 않고 최대한 빨리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며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교”라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발표한 ‘2011년 북한이탈주민 생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9세 이상 북한이탈주민 7560명 중 약 20%인 1563명이 상용직이다. 북한이탈주민 열 명 중 두 명만 1년 이상 근로자인 셈이다. 이 대표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며 “북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데만 익숙한 북한이탈주민들은 끈기있게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 하고, 남한사람들도 이들의 정착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고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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