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려진 단타거래 수법
대규모 작전세력은 못잡아
대규모 작전세력은 못잡아
시작은 요란했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특별단속반까지 편성해 대대적인 정치인 테마주 집중 단속에 들어갔던 금융당국이 단타 세력 몇몇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하는데 그쳤다. 대규모 작전세력의 개입여부는 찾지 못했다. 공언과 달리 신속한 대응도 없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9일 임시회의를 열어 테마주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전업투자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이들을 돕거나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려 이득을 챙긴 4명을 검찰에 통보하기로 의결했다. 금감원 조사결과를 보면, 이들은 1000억원대 이상의 자금을 가진 전업투자자로 상한가에 이르렀거나 상한가로 치고 올라갈 조짐이 보이는 테마주를 고른뒤 매도주문의 2~20배에 이르는 매수주문을 상한가에 냈다. ‘상한가 굳히기’ 수법이다. 이를 보고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오인한 투자자들이 다음날 추격매수에 나서 주가가 오르면 전날 사둔 주식을 모두 내다 팔았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들이 선택한 테마주는 안철수·박근혜·문재인 등 유력정치인 테마주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바이오 관련 테마주 등 31개 종목에 이른다.
이들은 관련 테마주에 400회 이상씩 주문을 내 적게는 11억원에서 많게는 54억원 가량의 이익을 챙겼다. 증선위는 부작용이 크다며 시세조종이 이뤄진 종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지(EG)·바른손·에스앤티(S&T)모터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상한가 굳히기 수법’이 새롭게 적발해 낸 불공정 거래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번에 적발된 세력들이 ‘큰손’이라는 것 외에는 이미 알려진 단타거래 수법이어서 테마주가 극성을 부리고 폭등했던 주요 원인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증선위는 또 2주전에 금감원의 조사결과를 받고서도 조처를 미뤄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월 테마주 특별조사반을 설치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되는 즉시 증선위의 의결절차를 생략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긴급조치권’을 발동하겠다고 호언하던 것과는 상반되는 태도다. 한 증선위원은 이에 대해 “긴급조치권 발동은 금감원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조사결과와 조처내용은 증선위의 의결과정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그 사이 주가 급등락으로 인한 피해를 투자자에게 떠안긴 셈이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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