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전 금감위 부위원장 삼성 봐주기 비판
이동걸 전 금감위 부위원장 ‘삼성 봐주기’ 비판
“금산법 위반 지분, 처분 명령 가능”
참여정부 첫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금융연구원 박사(선임연구위원)가 또 다시 ‘삼성봐주기식 금융감독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박사는 24일 금융연구원에서 발간한 주간금융브리핑에 ‘금산법 24조 위반건에 대한 법·경제적 분석’이란 논단을 통해 “거대기업집단 금융계열사가 법상 한도를 초과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데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처분명령을 내리는 것은 법적, 경제적으로 가능하고 정당하다”며, 사실상 금융감독위원회에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의 계열사 한도초과지분에 대한 처분명령을 촉구했다.
금산법(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24조는 재벌계열 금융회사에게 정부 승인을 받지 않고서는 비금융계열사 지분 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25%,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25.6%를 정부 승인을 받지 않고 보유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금감위는 삼성생명의 경우 금산법 24조가 신설(97년3월) 되기 이전에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해 위법상태가 아니며, 삼성카드는 98년~99년 에버랜드 지분을 취득했지만 금산법상 제재근거가 2000년에 도입돼 제재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이동걸 박사는 “한도초과보유가 법 개정 이전의 사실관계이더라도 금산법 24조는 대법원 판례에서 금지하는 ‘진정소급효’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사후적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산법상의 위법상태를 과거의 사실관계로만 보고 그대로 두는 것을, “예를 들면 남의 집을 무단점유하고 있는 행위를 무단점유 최초시점에만 위법이라 보고 그 이후 무단점유행위를 합법화하는 결과를 초래해 퇴거불응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 박사는 강제처분이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도초과분을 시장에 매각해 동등가격의 현금 또는 다른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불과하기 때문에 몰수나 강제수용같은 재산권 과잉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만 재벌들이 처분명령으로 계열지배의 이익을 상실할 수 있는데 대해, 그는 “부당한 계열지배 이익이야 말로 헌법과 금산법이 금지하려는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정부가 한도초과분의 의결권 제한으로 법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의결권 제한은 과도적 조처로 보조수단에 불과하며 보조조처로 주된 조처를 대체하는 것은 위법사안을 해결하는 바른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이어 “금산법 제24조의 위반건 처리는 법치금융 확립의 시금석이 되고 있다”며 “특정 거대재벌이 막대한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해 법 위에 군림하면서 국가와 국회를 제압하고 명백한 위법행위에 대해 사후 용인을 받는다면 대한민국에 법치금융은 더 이상 없다”고 결론지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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