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조업체·이통사 가격 부풀리기 적발
값 일부러 올린 뒤 할인혜택 주는 것처럼 꾸며
업체들 453억 과징금…삼성·SKT “법적 대응”
값 일부러 올린 뒤 할인혜택 주는 것처럼 꾸며
업체들 453억 과징금…삼성·SKT “법적 대응”
소비자는 ‘봉’이었다.
삼성전자가 가격을 비싸게 매겨 에스케이텔레콤(SKT)에 휴대전화를 넘기면, 에스케이텔레콤은 가격을 더 올려 대리점에 뿌렸다. 그리고 그만큼을 대리점 판매장려금으로 지급해 ‘인심’을 썼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텔레콤 양쪽에서 판매장려금을 받은 대리점은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팔았다.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는 줄 알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년여 현장조사 끝에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들이 휴대전화 가격을 부풀린 뒤 큰 폭의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것처럼 포장해온 사실을 밝혀냈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애플의 아이폰만 유일하게 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에스케이텔레콤·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 등 통신 3사는 2008부터 3년 동안 휴대전화 44개 모델을 대리점에 넘기면서, 가격을 구매가보다 평균 22만5000원 높게 책정했다. 그리고 차액 22만5000원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혜택을 주는 것처럼 했다. 삼성전자·엘지전자·팬택 등 제조회사들도 실제 자신들이 통신사에 넘기는 가격보다 더 높게 판매가격을 매겨 대리점에 내놓으라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통신사에 제안하면서 거들었다. 소비자들이 접하는 가격이 높으면 ‘고가 휴대전화 이미지’가 만들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또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제조 3사가 3년 동안 209개 휴대전화 모델을 통신사에 납품하면서 공급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가격을 높게 잡아 대리점에 지급할 판매장려금 재원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대리점에 휴대전화 한대당 평균 23만4000원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했다. 이 때문에 한 업체 휴대전화 모델의 경우, 국내 통신사에 공급하는 가격이 수출하는 가격보다 31만3000원이나 비쌌다.
이동통신사와 제조회사가 이중으로 가격을 부풀린 탓에 휴대전화 판매가격이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조사 결과다. 이에 소비자들은 더 높은 보조금과 할인혜택을 받으려고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삼성전자 등 제조회사들은 고가 마케팅과 대리점 장려금으로 자사 휴대전화 판매를 늘려 이득을 봤고, 에스케이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은 비싼 요금제 가입자들이 늘어나도록 해 이익을 늘렸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실제로 인기를 끈 한 휴대전화 모델의 경우, 제조사가 통신사에 넘기는 공급가격은 63만9000원인데 통신사가 대리점에 내놓는 출고가격은 94만9000원으로 차이가 31만원이나 됐다. 소비자들은 보조금을 받아 87만1000원에 이 단말기를 구입했다. 제조사 공급가격에 물류비용 4만원을 더해 67만9000원이면 소비자에게 건네질 수 있는데도, 19만2000원을 더 받은 셈이다.
공정위는 이날 에스케이텔레콤 202억5000만원, 삼성전자 142억8000만원 등 이동통신 3사와 제조 3사에 총 453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케이티는 51억4000만원, 엘지유플러스는 29억8000만원, 엘지전자는 21억8000만원, 팬택은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아울러 이동통신 3사에는 공급가격과 출고가격의 차이 내역을, 제조 3사에는 월별 판매장려금 내역을 각 회사 누리집에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복잡한 현재의 휴대전화 판매구조에서 소비자는 가격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가격의 투명성도 부족하다”며 “소비자의 신뢰를 악용한 ‘착시 마케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밖에 에스케이텔레콤이 삼성전자 등 제조회사가 직접 대리점에 휴대전화를 유통하는 것을 방해해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4000만원을 별도로 물렸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삼성전자는 수긍하지 않았다. 에스케이텔레콤은 “판촉활동의 일환으로 보조금을 활용하는 것은 휴대전화뿐 아니라 모든 제품의 유통 과정에서 공통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공정위의 심의 결과는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에게 실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이의신청·행정소송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가격 부풀리기는 물론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공정위 의결서를 검토한 뒤 행정소송 등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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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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