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4%↓…가전·의류 등은 두자릿수 감소
‘수출둔화, 내수가 메꿀 것’ 정부 전망 무색
‘수출둔화, 내수가 메꿀 것’ 정부 전망 무색
지난해 12월12일,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수출 증가세 둔화를 내수가 메꿀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재정부는 “민간소비가 유가 안정 등에 따른 실질구매력 개선으로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경제성장률(3.6%)에서 내수의 기여도는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것)과 같았으나, 올해에는 내수의 기여도가 순수출의 3배 이상 클 것으로 점쳤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장기화 등 영향으로 수출 부진이 예상되자 내수가 성장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본 셈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기대 섞인 전망에 벌써부터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내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2010년 1분기 이후 좀체 부진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더욱 나빠지는 모양새다. 19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대형마트의 매출 증가율은 -6.4%(전년 동월비 기준)를 기록했다. 가전·문화, 잡화, 의류 등은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그나마 백화점이 소폭(2.9%)이나마 증가세를 보였지만, 추세 반전을 꾀하지 못한 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올해 1~2월 누적 매출 증가율(산술 평균)은 둘 다 마이너스로,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10.5%, 29.2%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악화된 수준이다. 최경 롯데백화점 여성의류 엠디(MD)팀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초고가품과 값싼 제품만 주로 팔리다가 지금은 싼 제품도 안팔린다”며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 소비 동향을 엿볼 수 있는 통계청의 소매판매액지수도 지난 1월 0.9%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2월(-0.4%)을 빼면 2009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소비부진 진단과 대책’에서 “지난 4분기 민간소비의 실질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율이 -50.0%를 기록하면서 소비가 경제성장세 둔화를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소비가 성장의 버팀목이 아니라 성장을 후퇴시킨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소비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물가는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4%대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3%(전년 동월비)대 초반으로 내려왔지만, 지난해 물가가 워낙 높았던 탓에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여전히 4%대인 기대인플레이션(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란 심리)율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근태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름값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자들의 임금상승률은 2010년 3분기 9.0%에서 지난해 3분기엔 0.6%로 크게 떨어졌다. 또 주택가격 하락의 지속으로 인한 자산효과의 감소도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여기에 90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가계부채에 따라붙는 이자비용과 사교육비 등 가계가 돈을 꼭 써야 할 곳은 줄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가 조만간 되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도 본격적인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물가안정을 통해 구매력을 키우고, 일자리의 질적 개선으로 소득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이근 박현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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