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기도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열린 ‘무박2일 청년창업 토론회’에 참가한 청년 (예비)창업자들이 밤늦은 시각까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청 제공
중기청 주최 ‘무박2일 청년창업 토론회’ 가보니
“기업문화 바꿀 것” 포부에도 현실적 어려움 호소 많아
정부지원 확대 요구에 “시장 감각 잃을수도” 지적도
“기업문화 바꿀 것” 포부에도 현실적 어려움 호소 많아
정부지원 확대 요구에 “시장 감각 잃을수도” 지적도
“시각장애인은 앞을 못 보지만, 우리는 시각장애인을 보고 있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카메라로 시각장애인의 얼굴을 인식해 화장 상태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거울입니다. 새 아이템을 꾸준히 개발해, 장애인 제품 시장을 활성화하고 싶습니다.”(청년창업사관학교 2기 정다영(23). 제1회 지식경제부 기술사업화 경진대회 대상 수상)
“뉴스 사이트에서 아르에스에스(RSS)로 배포하는 뉴스는 너무 많고, 페이스북에 올린 지난 게시물 찾기는 너무 어렵잖아요. 그래서 개인들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아 분류하고, 보기 편하게 시각화할 수 있는 북마크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습니다. 앞으로 공학과 예술의 융합 분야에 계속 도전하고 싶습니다.”(청년창업사관학교 2기 심철환(26). 제1회 지식경제부 기술사업화 경진대회 장려상 수상)
지난 22일 중소기업청 송종호 청장 및 정책담당자들과 (예비)창업자 200여명이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모였다. 중소기업청 주최로 열린 ‘무박2일 청년창업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 (예비)창업자들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함께 당찬 포부를 거침없이 내보였다. 이날 행사는 지난 2월 연세대에서 열린 토론회 시간이 짧아 할 말을 다 할 수 없었다는 지적에 따라 추가로 ‘끝장토론’ 형식으로 연 것이다.
삼성의료원 치과 전공의 출신으로 직접 민주주의 투표시스템 어플리케이션인 ‘다보트’를 개발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가만히 놔둬도 엄청난 생산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한국의 기업문화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 대학을 휴학하고 아세톤과 솜 기능을 결합한 매니큐어 제거기로 창업에 나선 서신비 이지톡 공동대표는 “이 도전은 우리만의 도전이 아니라, 이 나라 전체의 도전”이라며 “기업가로 치열하게 걸어간 길에 대해 10년 뒤 강연과 멘토링 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22일 오후 4시30분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이어진 이번 끝장토론에선 창업 과정에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창업자금 대출 조건인 1년 거치 2년 상환이 초기 창업자들에겐 부담스럽다’, ‘창업 초기에 정부가 인력을 수급해주는 제도를 마련해달라’, ‘해외 바이어들과의 원활한 계약을 위해 작지만 유망한 기업들을 정부가 인증해주는 제도를 도입해달라’….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은 이 가운데 올해 신설된 청년전용창업자금 대출 조건을 2년 거치 3년 상환으로 개선하고, 청년창업자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은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부 의존적인 태도를 비판하고 질타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이소현 트라이스 대표는 “창업자들 중에는 혼자 대출과 법령을 알아보고 뛰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지금 나온 건의들이 어리광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생 박현석 콘텐츠 3.0 대표는 “정부자금은 단기 실적에 매여 미래 시장을 예측하고 진입 방법을 찾는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며 “초기 연구개발 자금 지원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정부자금에 길들여지면 향후 시장 감각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을 기대하지 말고, 창업과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고 판단되면 빨리 접고 새로운 기회를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 출신인 김범수 다원기술 대표는 “상황을 빨리 판단하지 못하거나 연대보증이 걸려있어 폐업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빨리 실패를 받아들이고 재기의 수순을 밟는 것이 주변 사람들과 업계를 살리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게 창업이지만, 개인적으로 더 노력해서 반박자 앞서 보면서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선 채권·채무관계로 폐업을 하지 못해 재창업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에스오에스(SOS) 긴급센터’를 설치하고, 재창업 예산을 확충하는 등의 방안 등이 제시됐다.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은 “폐업을 잘 할 수 있게 하는 게 창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청년 창업이 활성화할 수 있게 하는 근본 대책이라고 본다”며 “올해 이 부분에 역점을 두고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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