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현장] 유한락스
원가상승·의무규정 없지만 정운철 사장 등 밀어붙여
락스 방울 튐 방지기능도 “소비자 신뢰가 경쟁력”
원가상승·의무규정 없지만 정운철 사장 등 밀어붙여
락스 방울 튐 방지기능도 “소비자 신뢰가 경쟁력”
욕실과 주방용 살균소독제 ‘유한락스’를 생산하는 유한크로락스에선 최근 유효기간을 제품 용기에 표기하느냐를 놓고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어느 제품이건 유효기간을 당연히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먹는 식품이 아니어서 현행법상 이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없다. 그래서 살균소독제는 어느 회사도 유효기간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넣자는 쪽은 저가 업체들과의 차별화와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쪽은 생산원가가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6년째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정운철(사진) 사장은 유효기간을 넣자는 쪽의 손을 들어줬다. 아니, 정 사장 자신이 이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37년간 지켜온 유한락스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신뢰를 제고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살균소독제는 유효기간이 몇 년씩 되는 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뚜껑을 열어 냄새가 나면 당연히 살균력이 있는 걸로 생각하는 거죠.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 사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유한락스의 살균력은 평균 15개월 정도 유지된다. 다른 회사 제품들은 여기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살균력을 유지하려면 정제 여과 작업을 엄격히 해 불순물을 없애야 하는데 여기에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도 다른 회사들은 우리처럼 유효기간을 표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타사와의 차별화를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크로락스는 이와 함께 새 용기에 ‘락스 방울 튐 방지’ 기능을 탑재했다. 락스는 제품 사용시 용액이 튀는 현상으로 의류 탈색 등이 발생해왔다.
언론 노출을 자제해 온 유한크로락스가 이달 초 용기를 변경하면서 공격적으로 나선 것은 저가 업체들의 덤핑 경쟁으로 살균소독제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살균소독제 시장은 10여개가 넘는 회사들이 경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한락스 제품이 매출액 기준으로 70% 이상, 물량 기준으로 55%가량을 차지한다. 유통업체들과 연계해 생산·판매하는 피비(PB) 상품들이 매출액 기준 12%, 물량 기준 20%가량이고, 나머지를 엘지생활건강과 옥시, 피죤 등 업체들이 분점하고 있다. 시장 진입이 비교적 쉬워 1~2년가량 제품을 생산하다 파산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유한락스는 1975년 첫 제품 출시 이후 1980년대 말까지 이 시장을 독점해왔다. 정 사장은 “유산을 전액 사회환원한 고 유일한 박사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이미지가 너무 좋아 유한양행이 내놓는 제품은 무엇이든 국민들이 믿고 사용했다”며 “이런 브랜드 파워 때문에 타사 진입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대기업과 저가 업체들이 진입하면서 시장을 조금씩 내줘야 했다. 상황이 변한 만큼 브랜드 파워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한 제품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게 정 사장의 생각이다.
유한락스는 일반인에게 매우 친숙한 제품이지만 그동안 언론 노출을 하지 않은 탓에 창업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유한락스를 처음 개발한 사람은 고 홍병규 회장(1916년생)이다. 유한양행 부사장까지 지낸 뒤 퇴직한 그는 1975년 일본에서 락스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코락스라는 회사를 차리고 제품을 개발했다.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본이 부족하자 유한양행에 지분 48%를 주고 투자를 받았다. 회사 이름도 1978년 유한코락스로 변경했다. 1993년에는 세계 최대 살균소독제 생산업체인 미국 크로락스에 지분 50%를 주고 현재의 유한크로락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때 홍 전 회장은 자신과 가족의 지분을 크로락스에 매각하고 경영에서 모두 손을 뗐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유한크로락스는 유한양행과 크로락스가 50대 50의 지분을 갖고 공동경영을 하고 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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