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유모차 값 ‘폭리’국내서 최고 2.2배 비싸

42만원 잉글레시나 ‘트립’
네덜란드선 19만원 판매
“폐쇄적 유통구조 탓 거품”

국외 유명 브랜드의 유모차가 국내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수입 유모차 브랜드 6곳의 10개 제품을 골라 국내외 판매가격을 조사했더니, 국내 판매가격이 가장 싼 나라보다 1.33~2.21배 더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고 28일 밝혔다. 비교 대상 국가는 이들 유명 브랜드 제품이 판매되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이다.

국내외 가격 차가 가장 큰 제품은 잉글레시나의 ‘트립’으로, 국내 판매가는 42만5000원인 데 비해 네덜란드에서는 19만3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는 제조국(이탈리아·17만6000원)은 물론이고, 미국(24만4000원)과 스페인(24만40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스토케의 ‘엑스플로리’는 이탈리아에서는 121만원에 팔리고 있으나, 한국에선 이보다 1.56배 비싼 189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일본과 미국의 판매가격은 각각 182만, 134만원이다.

특히, 보령메디앙스는 네덜란드의 유명 브랜드인 부가부(비플러스), 퀴니(버즈), 맥시코시(엘리아)의 유모차를 독점수입·판매하고 있는데, 이들 제품은 현지에서 각각 82만9000원, 78만4000원, 51만7000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지만, 국내 판매가격은 모두 105만원으로 동일하게 책정돼 있었다. ‘엘리아’의 경우, 국내에서 갑절 이상 비싸게 팔리는 셈이다. 소시모는 “수입판매업체가 독점판매권을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 제품의 백화점 판매가가 인터넷 쇼핑몰보다 두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케의 ‘엑스플로리’ 백화점 판매가격은 189만원이지만, 인터넷 최저가는 119만5000원이었다. 퀴니의 ‘버즈’도 백화점 판매가격(105만원)이 인터넷 쇼핑몰(55만8000원)보다 1.88배 비쌌다. 소시모는 “다만,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할 때는 사후 관리 등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시모는 유모차 ‘가격 거품’의 주범으로 폐쇄적인 유통구조를 지목했다. 국외 브랜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유모차 시장은, 독점적인 공식 수입업체를 통해 들어온 뒤, 특정 공급업체를 거쳐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구조다. 수입업체, 공급업체, 백화점 등을 거치는 동안 유통마진이 더해져 최종 소비자가격이 수입 원가의 최대 3배까지 비싸진다는 설명이다. 소시모는 “유모차의 매장별 가격과 애프터서비스 등을 꼼꼼히 따져 구매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유모차 시장의 독점적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혜정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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