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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기업 자율에 맡긴 ‘일감 몰아주기’ 근절 대책

등록 2012-03-29 20:58수정 2012-03-30 08:56

(※ 클릭하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정위, 수의계약 모범기준 마련
내부거래위, 거래 적정성 심사 대신 ‘거수기’ 우려
사외이사로 구성돼 수의계약 관행 ‘면죄부’ 줄수도
대기업 계열사 간의 수의계약을 제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거래 상대방 선정에 관한 모범기준’(모범기준)을 마련해 47개 대기업 집단에 채택을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하지만 강제 조항이 아니어서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도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사회적 감시’ 통한 제재 강화 공정위가 발표한 모범기준을 보면, 우선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많은 광고·시스템통합(SI)·물류·건설 분야의 경쟁입찰을 확대하고, 수의계약은 ‘경영상 필요한 경우’로 한정해 적용하도록 했다. 또한 계열사와 대규모 수의계약을 체결할 때는 내부거래위원회 또는 감사부서 등에서 적절한 계약인지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도록 했다.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는 재벌 개혁에 온도차를 보이는 정치권에서도 공감하는 주제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하고,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봉쇄해 경제력 편중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 현재 47개 대기업 집단의 광고·시스템통합(SI)·물류·건설 분야 일감 몰아주기 규모는 연간 약 27조원에 이른다. 또한 대기업 계열 20개 광고·시스템통합·물류·건설 회사의 내부거래 가운데 88%는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이에 경쟁입찰을 강화해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늘리겠다는 것이 공정위의 생각이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에서 롯데와 현대중공업 등 5~10대 그룹 부회장들을 만나 모범기준 내용을 설명했다. 참석 기업들은 간담회 뒤 ‘자율선언’으로 화답했다. 롯데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비계열 독립기업에 사업기회를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지에스도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사업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경쟁입찰을 확대하기로 했다”

■ “공정거래법 적용해 실효성 높여야” 그러나 모범기준에 담겨 있는 ‘자제’, ‘노력’, ‘검토’ 등의 표현에서 보듯이, 이를 강제하는 수단은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재벌 일가가 편법적으로 부를 물려주는 주요 수단이다. 재벌 오너의 상속 작업과 맞물린 예민한 주제를 각 업체의 자율에 맡긴 셈이어서, 모범기준이 어느 정도 지켜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범기준의 내용 역시 대기업의 주장이 크게 반영됐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비중이 높은 광고·시스템통합·물류·건설 등의 분야에서 “중대한 영업비밀 유출 우려로 경쟁 입찰을 실시하면 경영상 현저한 손해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경영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어, 내부거래가 불가피하다’는 대기업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내부 수의계약 관행을 오히려 공고화할 수 있는 조항인 셈이다.

내부거래 규모와 적정성을 심사하게 될 ‘내부거래위원회’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는 내부거래위원회를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한다”고 설명했지만, 총수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오히려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정당화하는 ‘면피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강제성이 없는 ‘모범기준’ 대신, 공정거래법을 강화해 법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열사 간의 지원성 거래는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간 부당지원행위’ 조항을 적용해 과징금 부과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당지원행위의 심사 기준을 보면 ‘현저한 규모’의 지원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현저한’의 기준이 모호해 법 조항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감시활동과 함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심사기준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혜정 김경락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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