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증가·선박운용 자제로 인상속도 가팔라
용선지수, 작년말 2배 수준…“업황회복 기대 커”
용선지수, 작년말 2배 수준…“업황회복 기대 커”
금융위기 이후 적자의 늪에 빠져 어려움을 겪던 국내 해운업계가 국제적인 운임 인상 분위기를 타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 3월에 이어 4월에 유럽·미주 노선의 해운 운임을 1티이유(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당 240∼700달러씩 올렸고 다음달에도 400달러를 더 올릴 것이라고 8일 밝혔다. 국내 해운사들은 오른 가격을 기준으로 최근 일부 화물주와의 운임 인상 협상을 잇달아 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은 “5월은 1년 단위로 화주와 많이 계약하는 시기”라며 “운임 인상 계약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윤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5월에 추가 운임 인상에 성공하면 현대상선 등은 올해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해 각각 4926억원, 367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제 해운업계는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에다 2009년 대형선이 대거 투입되면서 불황의 늪에 빠졌다. 국제유가 급등과 각국의 경기침체로 수요는 줄고 공급은 과잉 상태에 빠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선 운임을 보여주는 지표인 에이치아르(HR)용선지수는 2008년 8월 1056.8을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해 지난해 12월에는 498.9까지 떨어졌다. 받을 수 있는 운임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해 들어 물동량이 늘고 대형 해운사들이 선박 운용을 자제하면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이는 가파른 운임 인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이 지난달부터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1티이유당 운임을 775달러 인상했다. 2분기가 전통적으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하는 성수기라는 점을 고려해 과감한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이에 세계 2·3위 컨테이너선사인 스위스, 프랑스 회사도 잇따라 750달러씩 올려 받기로 결정했고, 국내 업체도 운임 인상에 동참했다. 490대로 떨어졌던 에이치아르 용선지수도 4월2일 현재 934까지 회복됐다. 해운업계로서는 업황 회복의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1일 유럽 노선 운임을 700달러 인상했고 이달 1일에도 한 차례 더 올렸다. 미주 노선도 지난달 15일 300달러를 올린 데 이어 오는 15일 400달러를 추가로 인상한다. 현대상선 역시 3∼4월에 아시아-유럽 노선은 1100달러, 아시아-미주 노선은 560달러씩 올렸다. 특히 현대상선은 세계 주요 6개 해운회사와 제휴해 새로운 얼라이언스(동맹체)를 출범시키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아시아-유럽 시장에 43척의 배로 5개 항로를 운항했는데, 이번 협력으로 이용 가능한 배의 수가 2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컨테이너선 5척, 벌크선 12척도 추가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석희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달 주총에서 “해운업계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며 “위기인 동시에 우리의 비전을 달성할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선박인 ‘한진수호’를 지난 4일부터 운항하고 있다. 이 배는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이름을 딴 선박으로, 1만3100개 티이유를 실을 수 있다. 세로로 세우면 미국 맨해튼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02층·381m)과 맞먹는다. 한진해운은 올해 1만3000티이유급 선박 3척을 더 인수하고 내년에도 5척을 추가로 사들일 계획이다. 김영민 사장은 “선박 대형화는 세계적 추세”라며 “유럽·태평양 등 주요 노선에서 운임이 인상됐거나 인상될 예정이라 올해 2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은주 김선식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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