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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애물단지 건설장비 현대중공업 효자됐네

등록 2012-04-16 20:27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부문에서 생산된 굴착기들이 울산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부문에서 생산된 굴착기들이 울산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7개 부문중 만년 꼴찌 작년 조선 이어 2위에
브라질 등 신흥시장서 두자릿수 성장세 기록
굴착기·휠로더(흙·모래를 퍼나르는 장비) 1000여대가 줄지어 있는 현대중공업 건설장비 출하장은 울산 12경 중 하나인 대왕암공원이 내려다보이는 명당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몇해 전까지만 해도 조금 다른 차원의 ‘관광코스’였다. 안 팔리는 재고들이 쌓여 “(일을) 잘못하면 여기처럼 된다”며 그룹 임원들의 경각심을 깨우치던, ‘타산지석’의 현장으로 활용되던 곳이다. 생산·출고 물량이 넘쳐 울산항·염포부두 등에 보관용 부지를 추가로 빌린 올해와 견주면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죽기 살기로 했죠, 뭐….” 지상표 건설장비사업본부 상무의 목소리에는 자부심과 회한이 뒤섞여 있었다.

조선업이 주력인 현대중공업 그룹에서 건설장비사업부문이 그룹 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조선업이 주춤한 가운데, 7개 사업부문 중 꼴찌였던 건설장비부문은 지난해 매출 4조원(37억달러)을 기록하며, 조선에 이어 그룹 내 매출 2위로 올라섰다. 브라질·러시아·중동·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두자릿수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한 덕에 전년보다 29% 성장했다. 올해는 5조2000억원을 매출 목표로 잡았다.

현대중공업 건설장비부문은 1985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첫발을 뗐다. 27년의 짧지 않은 역사지만, 최근까지도 7개 사업부를 나열할 때 맨 마지막에 불려졌다. 그룹 내 맏이인 조선업의 그늘이 워낙 컸고, 최하위의 실적에 기복도 심해 그룹 안에서는 항상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외환위기 직후 환차손 때문에 수천억원 적자를 냈어요. 그때 경영지원부에서 ‘월급 줄 테니 일하지 말고 가만히만 있으라’고 할 정도였죠.”

지상표 상무는 “당시엔 건설장비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행히 위기는 넘겼지만, 항상 미운 오리 새끼였다”고 회상했다.

2004년부터 전열을 가다듬어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캐터필러 등 기존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 북미·유럽 시장을 벗어나 브라질·인도·중동 등 틈새시장으로 파고들었다. 부품 소모가 많은 중장비 특성을 고려해, 신속한 사후관리와 부품지원 체제를 강화했다. 새로운 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부품 지원센터를 먼저 세우고 딜러들을 교육시켰다.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그곳이 정글이든 돌산이든 관계없이 24시간 이내 달려간다는 원칙도 만들었다.

장비 도난방지 프로그램인 ‘하이메이트’를 개발해 소유주들을 안심시켰고, 이는 현재 장비 상태를 원거리에서 점검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화됐다.

2006년부터는 충북 음성에 서비스센터를 만들어 전세계 딜러에게 정기적으로 교육·훈련을 시행한다. 틈새전략은 적중했고, 현재 러시아·브라질·뉴질랜드 등 13개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홍석호 영업기획부 차장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한쪽에서 실적이 부진해도 다른 나라에서 만회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애물단지에서 효자로 신분이 바뀌면서, 지난해 그룹 승진 인사에서 최병구 본부장은 조선을 제외한 6개 부문 중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했다. 중국·인도·브라질 현지 공장에 이어, 올해는 인도네시아에도 현지 생산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지상표 상무는 “인구가 늘어나는 나라에는 건설·인프라 수요 역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2016년까지 세계 3위의 건설장비업체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울산/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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