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제빵교육…‘착한빵’ 구워요

에스티엑스그룹이 설립한 장애인 표준사업장 ‘예그리나’에서 한 직원이 직접 구운 빵을 들어보이고 있다. 에스티엑스그룹 제공

STX 장애인 표준사업장 ‘예그리나’ 문 열어
기업 고용의무 채우고 장애인엔 일자리 ‘윈윈’

17일 오전 쇳소리 가득한 경남 창원의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의 한켠에서 때아닌 빵굽는 냄새가 풍겨나기 시작했다. 이 날은 에스티엑스그룹의 제빵업체 ‘예그리나’가 문을 여는 날이다. “갓 구워낸 빵을 꺼낼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지적장애 3급 최충만(23)씨 등 지체장애 6급부터 청각장애 2급까지 다양한 장애를 가진 이들 7명이 예그리나를 이끌어 갈 직원으로 채용됐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뜻의 예그리나는 에스티엑스그룹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장애인고용공단 경남지사가 추천한 이들은, 지난 한달 간 기본적인 제과·제빵 훈련을 거쳐 이날 제빵사의 흰색 모자를 쓸 수 있었다. 행사 참석자들에게는 예그리나 직원들이 구운 빵 선물이 손에 쥐어졌다. 예그리나가 만든 빵은 에스티엑스리조트가 전량 구입해 각 계열사 사업장의 매점과 카페 등에 공급한다. 에스티엑스그룹 관계자는 “서울·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에게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예그리나 사업장을 에스티엑스의 ‘고향’인 경남 창원시에 설립했다”며 “‘빵을 팔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 고용을 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취지 아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제빵기술 교육과 일자리 제공을 통한 경제적 자립을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예그리나는 30대 기업 가운데 7번째로 만들어진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장애인에게는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은 장애인 고용 의무를 충족시킬 수 있어, 최근 대기업들 사이에서 이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2008년 포스코가 ‘포스위드’라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출범시킨 이후 삼양식품, 엔에이치엔(NHN), 에스원, 삼성에스디에스(SDS) 등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출범시켰다. 상시 근로자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되 절반 이상은 중증장애인어야 하며, 편의시설 구비,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지급 등 갖춰야 할 조건은 여럿이다. 대신 정부가 장애인 신규고용 인원에 따라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하고, 설립 뒤에는 통근버스 구입 지원 및 편의시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액 지원해 기업의 부담도 크게 줄었다. 무엇보다 총 직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는 ‘장애인의무고용’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이 기업으로선 매력적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직접 고용을 하지 못해 분담금을 무는 것보다 표준사업장을 설립해 간접적으로나마 고용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성적표’도 나쁘지 않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인 180여명이 장애인인 포스워드는 포항·광양·서울 등에서 사무 지원, 콜센터, 근무복 세탁업 등을 수행하며, 2010년 123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삼성에스디에스의 ‘오픈핸즈’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등이 채용돼 직원들의 건강관리 등을 돕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소득세·법인세 감면 연장 등의 혜택을 적극 검토하고, ‘1그룹 1자회사 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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