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14곳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 시행 첫날인 22일 오후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문을 닫은 홈플러스 강동점에서 소비자들이 휴업인 줄 모르고 찾았다가 입구에서 잠시 비를 피하고 있다.
류우종 조기원 기자 wjryu@hani.co.kr
대형마트 의무휴업 첫날
대형마트 30% 휴업에도 손님수 증가 ‘기대 이하’
평일 할인 공세 등 우려 “세일·공연 기획할 예정”
대형마트 30% 휴업에도 손님수 증가 ‘기대 이하’
평일 할인 공세 등 우려 “세일·공연 기획할 예정”
‘대형마트 쉬는 날 전통시장으로 오시면 정도 드리고 덤도 드립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전국적으로 본격 시작된 첫날인 22일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 입구에는 이런 문구를 담은 대형 펼침막이 내걸렸다. 이날 서울 강동·강서·송파·성북구 등을 비롯해 전국 대형마트 매장의 약 30%가 문을 닫았다. 이미 지난 8일부터 의무 휴업이 전국으로 확산됐던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함께 문을 닫아, 이날은 전국 대형 유통업체들이 대거 휴무에 들어갔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기대가 컸다. 암사종합시장에서 활어회를 판매하는 원수산의 김경원씨는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잘 모르기 때문에 손님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정착되면 시장 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암사종합시장에서 상인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이번주에 회의를 해서 앞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세일을 하고 댄스 공연 등도 기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들은 의무 휴업 여파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이었다.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은 의무 휴업이 있는 주의 매출이 다른 주에 견줘 약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암사종합시장에서 1㎞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 이마트에브리데이에는 의무 휴업을 알리는 공지와 함께 “21일(토요일)에 방문하면 포인트 5배 적립”이라고 써붙였다. 홈플러스 강동점은 금·토요일에 ‘큰 장날’이라는 이름으로 우유 10% 할인 판매 같은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휴업 정보를 몰랐던 일부 소비자들은 혼란을 겪기도 했다. 롯데마트 광주 첨단점에는 40대 주부가 아이들 교복을 찾으러 갔다가 의무 휴업이라는 안내 문구를 보고 “오늘 교복을 못 찾으면 내일 당장 입고 갈 것이 없다”며 항의를 했고, 인천 삼산점에서는 30대 후반의 한 고객이 갑자기 열이 나는 아이를 데리고 매장 건물 안의 개인 병원에 진료를 보러 왔다가 매장 휴장에 따라 병원도 문을 닫자 난감해했다고 롯데마트는 전했다. 홈플러스 강동점에선 의무 휴업인지 모르고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었고, 이 때문에 입구에 전담 직원이 의무 휴업 대상에서 빠져 있는 근방의 홈플러스 지점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대형 유통업체 의무 휴업이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 강서구 송화시장 상인회 회장인 김은영씨는 “대형마트들이 이번 첫 의무 휴업을 앞두고 평일에 세일을 많이 해서인지 이번주 평일 시장 손님이 줄었다”며 “대형마트들이 (주말 매출 감소분을 평일 매출 증가로 이전시키는) 풍선 효과를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북 전주시의 전주슈퍼마켓협동조합 최진원 회장은 “오늘 동네 슈퍼 20~30군데가 할인행사를 진행할 만큼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대형 유통업체 의무 휴업을 확실히 알게 되면, 대형 유통업체 휴일 매출 절반가량은 지역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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