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못한 사업자 부당행위
17가지 규정·처벌 근거 마련
공정위 소비자고시 7월 시행
17가지 규정·처벌 근거 마련
공정위 소비자고시 7월 시행
# 문아무개(40·충남 천안)씨는 2009년 이사하면서 그동안 이용하던 ㄱ사의 인터넷 서비스 해지를 신청했다. 하지만 최근 통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ㄱ사가 지난 30개월간 인터넷 서비스 이용료를 자동이체로 인출해간 사실을 발견했다. 문씨는 ㄱ사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ㄱ사는 이미 이체된 금액은 환불이 곤란하고 6개월치만 환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김아무개(76·충북 충주)씨 등 노인 10명은 동네 마을회관에서 잔치도 하고 쌀도 나눠준다는 얘기를 듣고 ㄴ업체 설명회에 참석했다. 행사 뒤 ㄴ업체 직원들은 노인들에게 건강벨트·목걸이·속옷 등을 구입하도록 강권했고, 결국 5만원짜리 키토산 속옷과 10만원짜리 건강벨트(10만원)를 사야 했다.
이처럼 소비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심리적 부담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등의 악덕 상술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방문판매법·표시광고법 등 기존 법률로는 제재할 수 없었던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를 제정해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고시를 위반하는 업체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나 시정조처를 받게 된다.
공정위가 2010년 ‘1372 상담센터’로 접수된 상담 건수 73만2560건을 분석한 결과, 사업자의 부당행위를 호소하는 게 27.6%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 이상(58%)이 기존 법률에는 제재 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는 사안들이었다. 이에 고시를 제정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부당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공정위는 고시에서 사업자의 부당행위를 ‘소비자를 속여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강압적인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소비자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소비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 ‘사업자의 권리를 남용하는 행위’ 등 5가지로 크게 분류하고, 17개의 구체적인 행위를 위법행위로 규정했다.
예를 들어, 효과 없는 다이어트 식품의 환불을 거부한 행위는 ‘소비자를 속인 행위’로 처벌받게 되고, 김 노인의 사례처럼 심리적으로 부담을 줘 물건을 파는 것은 ‘강압적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에 해당돼 사업자를 제재할 수 있다. 헬스장 환불요구에 대해 과도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 체결’ 유형에 속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환급을 거부하는 것은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로 처벌받게 된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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