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한국나노텍 대표가 경기도 안산시 성곡동 한국나노텍 도장사업부 작업장에서 분체도장이 완료된 제품의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한국나노텍 제공
도장전문기업 주간연속 2교대제
하루 12→8시간으로…직원수 2배로 늘려
“근무시간 축소 업체에 임금보조 확대를”
하루 12→8시간으로…직원수 2배로 늘려
“근무시간 축소 업체에 임금보조 확대를”
“같은 임금으로 짧게 일하니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해요. 저도 앞으로 오후 2시에 퇴근하면 남는 시간에 컴퓨터와 컬러, 도료 등에 대한 공부를 하려구요.”
한국나노텍 도장 작업장에서 일하는 오종훈(45)씨는 회사가 지난달부터 시범운영중인 ‘주간연속 2교대제’가 아직은 낯설다. 그러나 하루 12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던 기존 근무체계에서 벗어나는 만큼 과거보다 늘어난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다. 그는 “근무시간이 4시간 줄어드니 작업에 집중력이 높아져 제품 품질도 좋아지고, 내가 맡은 작업장 관리도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 안에 위치한 도장전문 중소기업 한국나노텍은 지난달부터 새로운 모험을 준비하고 있다. 직원들의 하루 근무시간을 4시간씩 줄이는 ‘장시간근로 개선사업’에 나선 것이다. 개선내용의 핵심은 현재 오전 8시30분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12시간 근무하는 ‘주간근무’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 바꾼다는 것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노동자들을 두 조로 나눠 한 조는 새벽 6시~오후 2시에 근무하고, 다른 조는 오후 2시~밤 10시에 8시간씩 근무하는 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이달까지 시범운영한 뒤 5월부터 이 제도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하루 4시간, 주 16시간씩 줄지만 월급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병기 한국나노텍 대표는 “처음엔 근무시간을 줄이면 월급도 시간만큼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그렇게 하면 월급이 적어져 직원들이 ‘투잡’을 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직원들이 교대제를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근무시간은 줄이면서 월급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주간연속 2교대제로 인해 작업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존 근무체계에서는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라인 공정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라인을 새로 가동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만만찮게 들었다. 새 근무체계에서는 라인 공정을 중간에 중단하는 시간이 없어진다.
실제로 이 회사는 이와 관련한 소중한 경험을 했다. 2009년 물량공급이 늘어 간접생산인력까지 점심·저녁 식사시간을 쪼개 라인을 계속 가동했는데, 매년 적자였던 도장사업부 실적이 2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식사시간에 라인공정을 미리 끊고 다시 돌리며 발생하는 ‘손실시간’ 3시간30분을 아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3시간 반 손실을 줄이니 매출 상승 효과가 45~50%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 뒤로 점심시간을 30분으로 줄이는 대신 퇴근시간을 30분 당기고 간접생산인력이 식사시간을 교대해줘 라인 효율성을 높여왔다.
문제는 주간 2교대제를 하려면 직원들이 두배 가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사는 2010년 말 직원 수를 28명에서 현재 54명으로 늘렸다. 26명의 인건비 부담이 새로 생겼다. 새 인건비는 매출 상승으로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라인 가동 시간이 하루 총 12시간에서 16시간으로 늘고 작업 효율과 품질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판매 물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판매 물량이 없으면 라인 가동 시간 자체를 늘릴 수 없어 교대제 또한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교대제를 시행하는 5월은 가전제품 도장수요가 늘어나는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정부가 한국나노텍처럼 근로시간을 줄이는 업체에는 임금 보조를 해주고 있지만, 업체들의 필요 금액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은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업체 등에 제도 도입 대상 인력의 30%에 대해 1인당 연간 720만원 또는 108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달 사전승인을 받은 한국나노텍은 우선 지원 대상기업으로 일단 신규인력 5명에 대해 인건비 1080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한국나노텍은 가전제품과 복사기, 자동차 엔진, 헬스기구 등의 제품에 도장을 하고 있다. 주요 거래처는 삼성전자, 엘지(LG)전자, 현대·기아자동차, 파세코, 쿠쿠, 청호나이스 등이다. 지난해 80억원 매출을 올렸고, 올해 목표는 100억원이다. 이 대표는 “3디(D) 업종인 도장업체도 체계적인 설비와 관리로 불량률을 줄이면 명품화할 수 있다”며 “그런 역량이 있어야 직원들한테도 (혜택을) 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산/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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