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전기기 양판업체인 하이마트의 선종구(사진) 회장이 25일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그러나 선 회장과 하이마트 임직원들로 구성된 ‘하이마트 경영정상화 및 매각촉구위원회’가 하이마트 1대 주주인 유진그룹의 유경선 회장도 하이마트 대표이사에서 함께 물러날 것을 주장하며 집단 행동까지 벌이고 있어, 하이마트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진통도 계속될 전망이다.
하이마트 이사회는 25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선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경영은 앞으로 유 회장이 재무부문 대표직을 그대로 수행하고, 선 회장이 맡아오던 영업부문 대표직은 하이마트 내부 인물 중에서 뽑아 권한대행을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유진그룹은 “이로써 하이마트 경영 정상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하이마트 매각 작업은 주식거래 정지가 해제되면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마트에서는 지난해말 1대주주인 유 회장과 2대주주인 선 회장 사이 경영권 분쟁으로 갈등이 고조됐다. 당시 유 회장과 선 회장이 각각 재무와 영업 대표 이사를 나눠맡고, 보유 지분을 동시에 팔아 회사를 제3자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하이마트 사태는 일단 진정됐다. 하지만 올 2월 검찰이 선 회장에 대해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를 시작하면서 하이마트 사태는 다시 안갯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검찰이 선 회장과 유 회장을 각각 배임·횡령과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이에 한국거래소는 하이마트 주식을 거래중지시켰다.
선 회장은 해임됐지만 갈등은 여전히 첨예하다. 하이마트 경영정상화 및 매각촉구위원회 1000여명은 이날 서울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선 회장과 유 회장 동시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위원회는 하이마트 전체 임직원 3000여명을 대상으로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받은 결과, 이날까지 280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해 회사에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선 회장이 검찰 수사 뒤 불구속 기소를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 회장도 불구속 기소를 당한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며 “둘 다 물러나고 중립성 있는 인사들로 경영진을 새로 꾸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유진그룹은 “(동시 퇴진을 주장하는) 선 회장은 말할 자격이 없는 입장이다”고 맞받았다. 유 회장은 하이마트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경영 정상화 위원회 대표들 다수가 선종구 대표의 입장만 대리하는 본사 고위 간부들임을 감안할 때, 그들 대부분이 처음부터 진지한 대화는 생각지도 않았음이 분명하다”고 적었다.
하이마트 매각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반발하는 조직을 진정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하이마트 인수 가격은 한 때 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지금은 1조원 이하가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이마트 인수 의사를 밝혔던 롯데그룹, 신세계, 홈플러스 등은 사태를 지켜보는 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하이마트 인수 가격은 내려가겠지만 회사를 둘러싼 잡음이 해결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하이마트가 하고 있는 가전 양판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도 “지금은 하이마트 상황이 정리되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식 매매 거래 정지 해제라는 난관도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특정인이 물러나고 물러나지 않고의 문제보다는 하이마트 경영진이 내놓을 경영정상화 방안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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