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영업정지된 한국저축은행 예금주들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본점에서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부터 영업정지된 솔로몬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인지 가리기 위해 매매 거래를 정지시켰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PF대출 6조 시한폭탄…시장신뢰 잃어 영업 악화
작년 가계대출 증가율 25%로 일반은행 4배 넘어
지역밀착 틈새 시장 개척 못하면 추가 구조조정
작년 가계대출 증가율 25%로 일반은행 4배 넘어
지역밀착 틈새 시장 개척 못하면 추가 구조조정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은 모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5%를 넘는다. 우량한 수준은 아니지만 정상이다. 하지만 언제든 비정상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게 문제다. 앞서 세 차례의 구조조정 과정에 퇴출된 은행들을 보면, 정상 수준의 자기자본을 갖춘 곳도 불과 몇달 사이에 자본잠식 상태로 빠질 수 있다. 그만큼 저축은행의 자산과 수익 구조가 취약하다. 외부 환경과 경영실적에 따라 건전성 지표는 언제든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앞으로 ‘시장을 통한 상시 퇴출’로 저축은행 구조조정 방식을 전환하겠다고 밝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감독기구에서 일괄 점검을 해 퇴출 대상을 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추가 부실 발생 위험의 주범은 역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다. 한때 12조원이 넘던 저축은행의 피에프 대출 잔액은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인수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말 현재 6조원선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특히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피에프 대출은 원리금 상환만기가 돌아오는 족족 부실자산으로 처리되고 있다. 피에프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이자지급이 연체된 ‘고정이하’ 자산의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43.1%로, 1년 만에 무려 33%포인트나 치솟았다.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재무건전성 악화의 주요인이다.
저축은행들이 새로운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해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도 불길한 징조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일반은행보다 4배 이상 높은 24.7%에 이른다. 자칫 가계발 금융부실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탈출구는 뻔하다. 고객의 불안을 해소하고 시장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저축은행 스스로 재무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대주주 유상증자나 자산 매각 등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돌려막기 유상증자’ 따위로 대처해봐야 몰락을 조금 늦출 뿐이다. 건전한 저축은행마저 위기에 빠뜨린다.
중장기로는 영업기반을 튼튼히 하는 게 과제다. 세 차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는 바람에 저축은행의 여수신 환경은 최악이다. 은행과 경쟁에서는 자금이나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절대열위다. 그렇지만 저축은행이 특화할 수 있는 시장은 분명히 있다. 이상엽 한국은행 차장(거시건전성분석국 비은행연구팀)은 “내실 있는 저축은행들의 공통점은 무분별한 군집행동을 자제하고 지역밀착형 영업으로 틈새시장을 구축한다는 것”이라며 “규모가 작은 만큼 영업환경과 고객선호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특정 지역에서 다진 관계망으로 , 그 지역의 서민과 영세상인, 소규모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이 살 길이다. 서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서민금융기관한테는 더 이상 존립 근거가 없다. 본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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