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 매출액 누락·과거 담합횟수 축소
공정위 직원들 기업 고객 변호사에게 향응도 받아
“담당자 단순 실수…누락 과징금 다시 부과” 해명
공정위 직원들 기업 고객 변호사에게 향응도 받아
“담당자 단순 실수…누락 과징금 다시 부과” 해명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당 축소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아울러 공정위 직원들이 대기업을 고객으로 둔 법무법인 변호사를 불러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15일 공개한 ‘2009~2011년 불공정거래 조사·처리 실태’ 감사 결과에서, 공정위가 정유사들의 매출액과 법 위반 횟수를 실제보다 적게 산정해 과징금을 전체적으로 405억원가량 축소 부과했다고 밝혔다. 2009~2011년 정유사들의 ‘원적관리 담합’과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담합’ 등에 대해 애초 4326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후 추가 산정 과정에서 405억원을 줄여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주유소 유치 경쟁을 저해하는 원적관리 담합 혐의로 5대 정유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정유사 3곳에 대해 과징금 기준이 되는 매출액을 일부 누락시켰다. 이를 통해 줄어든 과징금은 19억여원이었다. 원적관리 담합이란 정유사들이 각각 기존에 보유한 거래처인 주유소를 서로 침범하지 않기로 짬짜미한 행위다. 감사원은 “공정위 담당자 2명이 3개 정유사의 신규 매출액을 누락시켜 3846억원 축소된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계산했다”고 밝혔다.
범칙금 할증 기준이 되는 과거 위반 횟수도 줄여 적용했다. 공정위는 원적관리 담합 조사 과정에서 과거 각각 5차례 시정조처를 받은 정유사 두 곳에 대해 3~4차례만 시정조처를 받은 것으로 계산해 가중 처벌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두 정유사는 각각 202억원과 128억원의 과징금을 덜었다.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은 시정조처 1회에 1점씩 쌓이는 벌점이 5점을 넘어서면 과징금에 더해 20~50%씩 할증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2010년 4월 액화석유가스 공급사 7곳의 판매가격 담합 사건에서도 과징금이 축소 부과됐다. 공정위가 당시 업체 1곳의 과거 시정조처 4회를 2회로 축소 해석해 과징금 가중치를 줄였고, 결과적으로 55억9000만원이 적게 부과됐다. 감사원은 매출액 축소를 중대 과실로 보고 담당자 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과거 법 위반 횟수 축소에 대해서는 재발방지와 관련자에 대한 주의를 공정위에 요구했다.
공정위는 “담당자가 신규 주유소 매출분을 단순 실수로 누락한 게 드러나, 적게 부과된 과징금을 재부과했다”고 해명했다. 또 법 위반 횟수 축소에 대해서는 “과징금 할증 부과 조건에 대한 공정위와 감사원의 시각 차이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매출액 축소와 관련해, 애초 지난해 5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던 정유사들의 주장을 9월에 다시 반영해 준 것이어서 “담당자의 단순 실수”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울러 공정위가 감사원 감사 착수 이후 과징금 재부과를 위해 12월에 전원회의를 다시 연 일도 외부에 감춰왔다.
한편, 공정위 직원들이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도 공개됐다. 감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5월 초 공정위 한 과의 과장과 직원들이 회식을 하면서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를 불러 회식비용 194만5000원을 내도록 했다. 공정위는 “자체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관련 책임자 2명을 전출시키는 등 엄하게 인사조처했다”며 “회식비용도 돌려주도록 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직원들이 회식비용을 직무 관련자에게 전가하는 등 향응을 수수하는 일이 없도록 직원 복무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요구했다. 김진철 곽정수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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